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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Jan 26. 2023

잊히고 잊는 기억들

자전거의 연관검색어는 사고


자전거,라는 공통 주제를 받아들고 나서 한참 동안 쓸 거리가 없어서 자판을 누르지 못했다.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 성인이 된 후에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에 혼자 며칠을 노력했다. 성공하긴 했는데 친정집 앞마당, 혹은 동네길 잠깐. 그 이상은 두려워서 시도하지 못한 채로 벌써 몇 년이 흘렀다. 



아이에게도 자전거를 사주고,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장기화된 코로나로 집에 처박아 두기만 몇 년. 이제 그 자전거를 둘째 아이가 타야 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 도무지 어떤 내용으로 글을 이어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문득, 어릴 때 사고가 생각났다. 그게 정말 일어난 일이었는지, 아니면 나의 상상인 건지 확실하게 말하지 못할 만큼 아주 어릴 적 기억. 일이 바빴던 엄마, 아빠는 집을 자주 비웠고 동생과 나만 집에 남겨져 있던 날들이 많았다. 뒤에 사람이 또 앉을 수 있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탔던 것 같으니까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쯤 됐었을 때였나 보다. 



그렇게 둘만 남아 놀던 어느 날, 세 살 차이 나는 동생을 자전거 뒷좌석에 앉히고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오다가 사고가 났다. 아마 내려오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나뒹굴었던 것 같다. 앞에 앉아 있던 나보다 뒤에 있는 동생이 훨씬 더 크게 다쳤다. 이가 부러졌었나? 입에서 피가 잔뜩 난 채 울고 있는 동생과 무서움과 미안함, 걱정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어찌할 바 모른 채 서 있었던 내 모습이 기억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참을 잊고 지내서 마치 없었던 일처럼 되어버렸던 사고.



그러고 보면 '자전거'는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사고'와 연관검색어인 것만 같다. 자전거 사고라고 하니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포항에서 대학원을 다닐 무렵,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가시다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십 대 시절, 대체 자전거가 어디서 나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했나 싶었는데. 우리 집에도 자전거가 있었다, 아빠가 사고 나기 전까지는. 아빠가 종종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다 오곤 하셨는데, 그날도 논두렁 길을 달리다가 사고가 나셨다고 한다. 근처 병원에서 수술하다 잘못돼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다시 재수술을 했을 만큼. 아직도 한쪽 다리를 조금씩 절뚝거리며 걸을 만큼 큰 사고였다. 자전거라는 단어에 어떻게 이 사고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싶을 만큼. 그날 이후에 온 가족이 큰 고생을 했다. 다리에 철심을 박고 마음껏 움직일 수도 없었던 아빠도. 옆에서 병수발하며 그 짜증을 오롯이 받아내야 했던 엄마도. 그리고 집안의 크고 작은 심부름을 도맡아 해야 했던 동생도.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지 못했던 탓이었을까. 멀리서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처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의 기억이란 것이 이렇게 금방, 쉽게 잊힐 정도로 하찮은 것인 걸까. 잊혔고, 잊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그 사고가 나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서 쉽게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그때의 그 사고로 아빠는 평생 다리를 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시간이어도 결국엔 지나간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삶에 흔적을 남겼겠지만, 잠시 기억에 묻어두고 아니면 그 상처와 평생을 동반하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어릴 적 자전거 사고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열 중에 여덟, 아홉 개는 잊히고, 잊을 쓸모없는 고민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삶을, 내 하루를, 내 시간을 바라보아야겠다. 살면서 잊히고 말 것들일 수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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