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쌓아온 시간과 노력 그리고 시스템
요즘 우연히, 아니 사실은 자발적으로 들어간 모임이지만. 한 달짜리 단기 모임 단톡방에 속해 있다. 그 방의 주 관심분야는 경제, 주로 부동산과 재테크다. 나야 워낙에 좁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긴 하지만, 한 번씩 그 단톡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고 있자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것만 같다.
요즘 경기가 어렵고, 하락장이다 보니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린다고는 하는데 사실 내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나처럼 이제 좀 공부해 볼까,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부류가 전부랄까. 그래서 엄청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안다는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면 이름조차 처음 듣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런데 가만 들어 보니 100억 부자, 몇십억 부자 하며 강의판에 뛰어든 그 강사들도 알고 보면 수강생들의 수강료가 주수입이더라, 그들이 말하는 자산이란 것이 까보면 빚이고, 순자산은 얼마 되지 않더라. 거기에 더해서 수강생들한테 사기 치는 나쁜 놈들도 많더라 같은 이야기들.
요즘 읽는 <30일 역전의 경제학> 책에 보면, '정보의 비대칭성 asymmetry of information' 이란 개념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거래 당사자 간에 정보의 차이가 존재하는 현상이다. 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쪽이 상대방을 속이거나 이용하여 부당하게 상대방의 이익을 편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 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부동산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고, 그런데 부동산 투자로 돈은 좀 벌어보고 싶고. 그래서 수강료를 지불하고 나보다 먼저 공부해서 부자 된 사람들의 강의를 듣는 거다. 그렇게 되고 싶어서. 결국 나한테 정보가 없으니 그 정보를 얻는 대가로 내 돈을 내는 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올해 부동산 공부 계획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그렇게 얻기 어려운 것일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수강료를 내고, 또 그에 더해 멤버십 비용을 내고. 그렇게 돈을 쓸 만큼 특별한 것일까? 이건 꼭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 그리고 지금 열풍이 불고 있는 자기 계발 시장도 마찬가지. 아무리 교육전문가라고 해도 단 한 번 보고 듣는 것만으로 내 아이를 나보다 더 잘 알 수 없는 것이다. 자기 계발 강사들이 아무리 좋은 걸 가르쳐 준다고 해도 그것이 나에게 맞는 방법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방향 제시 정도다. 그들은 신이 아닌데 꼭 나를 성공시켜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으로 돈도 지불하고 때론 자존심도 굽힌다. 왜 그럴까...?
빨리 성공하고 싶은 조급함
그런데 우리는 너무 조급하다. 당장 이루어야 할 것 같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당장 그 부자의 재산과 지식이 내 것이 되어야만 할 것 같다. 그놈의 조급증이 문제다.
노력하고 싶지 않음
노력하지 않고 좀만 더 쉽게 얻고 싶다. 치열한 과정은 좀 스킵하고(아니, 양심상 조금만 치열하기로 하고!) 나도 그만큼은 이뤄내고 싶다. 내 시간과 노력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 가장 쉬운 것은 돈 쓰는 것이 될 수밖에. 나중에 더 많이 벌건데 이 정도쯤은. 더 고급 정보 얻으려면 이 정도는 써야지. 대체 얼마나 써야 그들만큼 될 수 있는 걸까.
나 혼자서는 못할 것 같아서
사실, 이 유형도 참 많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도 그랬을 수 있고. 당장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데 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누군가는 이 길이 맞다, 이 길이 확실하다. 나만 믿고 따라와라.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에게 없는 확신을 그는 가지고 있다. 또 그 사람이 마침 성공한 사람이다. 자기가 하라는 대로 하면 자기처럼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너무 부족한 게 아닐까. 평생 지켜봐온 나는 못 믿으면서, 생판 모르는 남은 어쩜 그렇게도 잘 믿는지.
결국은, 나다!
결국은 나다. 생필품 하나, 옷 한 벌 사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려고 알아보고 핫딜 찾아다니고 그러지 않나. 그런데 그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면서. 빚내서 집도 사고, 건물도 사고. 혹은 어마어마한 강의료와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면서. 내가 공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사 그 사람들이 숟가락 들고 떠먹여 준다고 해도, 입에 넣어 꼭꼭 씹어 소화시켜야 하는 것은 내 몫이다. 내가 공부해야 하고, 내가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한다. 결국 믿을 건 나. 그리고 내가 쌓아 올린 시간과 노력. 마지막으로 목표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
요즘 나도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만의 목표 달성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내가 잘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실 이런 말 하는 것이 너무 쑥스럽지만. 내가 하고 있는 원서 모임이나 독서모임 이런 것들은 그 시스템을 만드기 위해 돕는 일부였다는 결론.
앞으로 독서모임도 더 발전시켜 나갈 것이고, 부동산 공부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공부한 기록들을 꾸준히 남기며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빠르지는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그거 하나는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