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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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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Dec 30. 2021

2021년 관객의취향을 보내며

관취를 찾아주신 분들께 보내는 감사 연하장

안녕하세요. 관객의취향 운영자, 관취1호입니다. 

어렸을 적에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전하기 위해 문구점에 들러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예쁜 카드를 몇 개씩 사 오는 것이 저의 행복이었는데요.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연하장 같은 카드를 쓴 일이 거의 없어서 제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다가 크리스마스도 한참 지난 오늘에야 저의 옛 추억이 떠올랐어요.

옛 추억이 떠오른 김에 감사한 한 분 한 분께 카드를 쓸 순 없지만 글로라도 관객의취향을 아껴주시는 여러분께 연말 인사를 전해보려 합니다. 

음 뭐라 해야 할까요? 기업의 회장님들이 꼭 신년사를 전하듯이 저도 관취의 운영자니까 비전과 메시지를 담아 인사를 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올 해 관객의취향의 가장 큰 변화는 이사였습니다. 관취는 2021년 3월, 2년간 운영했던 봉천동에서 행운동으로 옮겼습니다. 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 장사에는 더 큰 도움이 되지만 자리를 옮기기까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것은 계약종료와 함께 고정비를 줄이기 위함이었어요(결론적으로 크게 줄지도 않긴 했지만…) 이전에도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1,2층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월세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죠. 사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이래저래 버틸 수도 있었겠지만, 또 다른 여러 가지의 이유로 이사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여하튼 이사라는 것이 결국 새 출발 같은 것이니 새 마음으로 크고 작은 시도들을 하며 관객의취향은 4월부터 12월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것 같아요.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시국이 부지런한 마음을 자주 발목 잡고, 의지를 많이 꺾어버리기도 했답니다. 가장 어려운 마음은 제가 시민이면서 자영업자였다는 것이었어요.

코로나 전파가 퍼지지 않게 하려면 어디든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이 올바른 시민의 자세이나 자영업자의 입장으로 사람들이 밖에서 소비활동을 하지 않으면 저의 생계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 손님들에게 관취를 찾아 달라고 권장하는 것이 맞는지, 집에서 안전하게 있는 게 좋으니 관취는 안 와도 된다고 권장하는 것이 맞는지, 늘 그 두 가지 입장에서 게시글 하나하나 올리는 것이 참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그렇다고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모임과 택배 배송으로도 서로의 온기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발견하기도 했으니까요.

매장에 손님은 줄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관취를 찾아주시는 분들도 늘었습니다. 모임이나 단체, 기업에서 도서 큐레이션을 대량으로 요청해 주시기도 했고, 공간이나 기관에서 도서납품을 제안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관취1호가 서점 운영자로서 또는 창작자로서 강연을 하는 기회도 있었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의 인터뷰이로도 관취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나름 부지런하게 지난 한 해를 보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마음은 남아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관객의취향 경영은 적자였습니다. 

관취 오픈 10개월 차에 관취3호가 스태프로 첫 고용되었고, 그때부터 관취는 저의 작업실도 소꿉 놀이터도 아닌 책임감과 생계, 경영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관취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며 이때껏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며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이 적자라는 것은 저에겐 큰 상처였습니다. 저는 요즘 제게 일을 잘하는 능력은 있지만 운영자로서 자질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크게 불성실했다거나 일을 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 상점의 대표로서 경영자의 자질이 있는 사람인지는 사실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관취의 시작부터 나의 집필 작업실도 하면서 사람들도 와서 영화 이야기 하는 공간 하나 만들어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합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에는 브랜드도 아니고 장사도 잘 안되는 편의점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페업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하는 사장님이 등장합니다. 그 편의점도 적자도 아니고 흑자도 아닌 그저 버티고 있는 곳인데 사장의 제안으로 주인공 독거가 직원으로 고용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책이 주는 따스함도 좋았지만 편의점 사장에 대해 자꾸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저의 모습과도 같아 보였거든요. 그래도 소설이라 해피엔딩인데 관취의 결말은 어떨까요?

저 스스로 관취의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서 월세도 직원들 월급도, 거래업체 비용도 밀리지 않고 있지만, 관취는 결국 제가 포기하고 제가 지치고 부족하면 금방 사라져버릴 수 있는 약한 기업이라는 것이 제겐 여전한 고민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고민은 다행히 포기로 이어지진 않았고, 저는 새 해도 잘 이겨내 보려 합니다. 조금 더 전투적으로요! 

관취는 제게서 분리된 하나의 기업이고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더 이상 저의 저축액을 뺐어가지 말기를…)

2022년은 정말 회사처럼 핵심 가치와 키워드, 목표 매출액과 목표 도서 판매수량도 정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2022년이 되면 서서히 전하려 하니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관객의취향은 생명을 가진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어떤 손님들이 오고, 어떤 창작물들이 있냐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멈춰있지 않고 흐르고 변화하는 생명체처럼요.

이 공간은 제가 시작한 공간이지만, 저의 생계의 공간이자 관취3호와 관취7호가 주말마다 일하는 일터기도 합니다. 저는 그들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니 좀 더 리더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 돼야함을 다시 한번 반성한 연말입니다.

무엇보다 관객의취향은 4년간 찾아주신 손님들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관취를 위해주셨던 시간과 비용에도 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취가 받은 많은 것들을 앞으로도 돌려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관취를 아끼고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단단한 운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쓰다보니 진짜 기업총수같은 신년사가 된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럽지만 2022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관객의취향 1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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