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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1)

글로 쓰는 가족 앨범 <세번째 이야기>

by 리지사비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노사연 '만남'-



#1

(웅성웅성 — 사무실 복도)

“이번에 새로 오시는 과장님, 엄청 젊대!”

“잘생겼다는데?”

“심지어 미혼이라잖아!”


매번 단조로웠던 사무실이

오늘따라 한 여름의 도래를 알리듯 매우 들썩였다.

누군가는 수건으로 책상을 닦고,

누군가는 립스틱을 바르게 고쳤다.


누군가의 설렘임, 또는 뜨거움이 오고 가는 사이

조용히 침묵 속에 앉아 있는 ‘서하’가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다른 것들로 가득했다.

‘어제 설렁탕 먹었으니까… 오늘은 면?’

‘오늘은 뭘 먹어야 하나~’


새로 온 과장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머릿속에 들락거릴 여지가 없었다.



#2

회의 시간.

서하는 늘 그렇듯 맨 끝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말을 걸어도 대답은 늘 짧았다.

“보고서 잘 봤어요.”
“…네?”
“아, 네…”


주변 사람들은 떠들썩했지만

서하에게는 그 모든 소문이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3

그리고 그날,

회의실 문이 열리며 '용현'이 들어왔다.


젊은 나이에 과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걸음부터 호쾌했고

웃음소리 하나에 공간의 공기가 바뀌곤 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시선은

떠들썩한 어느 쪽에도 머물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을 보지 않는 사람.

서하.


용현은 그녀에게 자꾸 눈이 갔다.

왜인지 몰랐다.


그게 그들의 서로의 시간이 겹치는 첫 순간이었다.




#4

며칠이 지난 주말 오후.


여느 때와 같이

서하의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창 밖에 햇빛이 길게 머물고

집 천장은 고요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는 아니었다.

용현 과장.


잠시 멈칫했다..

‘왜…?’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반대편에서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용현입니다..”


순간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이어지는 말.


“수원 화성… 처음이라서요.
혹시… 구경 좀 시켜주실래요?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네?”

안 그래도 말주변이 없던 서하는
수줍음과 놀라움이 엉켜

말이 한 박자씩 늦게 흘러나왔다.

침묵이 길어졌지만

그 침묵의 온도는 이상하리 만큼 따뜻했다.


수줍은 목소리 뒤로

아주 천천히,

어떤 시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





#에필로그


“아빠는 엄마의 어디에 반했어?”


엄마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엄마 인기 많았어~

당연히 내 미모에 반한게 아닐까?ㅎㅎ”


아빠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 엄마 눈썹 보고 반했지“


“내 눈썹은 거의 날아갔는데…

네 엄마는 숯처럼 짙어서. 그게 너무 예뻤어”


엄마는 한참 웃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두 사람의 첫 장면은

예상보다 훨씬 사랑스러웠다는 걸.


#로맨스

#서하와 용현

#첫만남

#부모님의 연애소설이자

#누군가의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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