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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2)

글로 쓰는 가족 앨범 <세 번째 이야기>

by 리지사비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 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노사연의 <만남> 중..





용현의 이야기

#5


입사 후 소개팅이 몇 번이나 들어왔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서하의 미소가 짙게 묻어

떠나질 않는다.


거절하던 날들 사이,

모시던 스승님의 따님과의 선자리가 들어왔다.

거절하기엔 너무나 존경하던 분의 따님이라

더욱 난감했다.

주위에선 "집안 좋다더라, 일단 나가봐라"

이런 말들 뿐.

그러나 마음은 자꾸만 한 곳으로 향했다.


고민을 안은 채 본가에 갔고,

아버지께 털어놓았다.


그땐 몰랐지만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내 마음을 이미 간파하고 계셨던 것 같다.



내 얘기를 모두 들으시더니


네 팔자가 가난할 팔자면

아무리 부자인 사람을 만나도 가난해질 것이고,

또 네 팔자가 부유할 팔자면

부유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도 결국 잘 살게 돼있으니,

조건보다는 마음을 따라가라고 말씀하셨다.




-

그렇게 나는 스승님께 바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그날 밤-


꿈에서

큰 홍수가 일어났다.


모든 것이 물에 쓸려 떠밀려가고 있었고,

내 짐 마저 멀리 떠내려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저건 꼭 잡아야 한다'는 마음의 울림과 함께

떠내려가는 짐 위로 서하 씨의 미소가 겹쳤다.



깨자마자 바로 연락을 했다.





“저, 용현입니다..”


“수원 화성… 처음이라서요.

혹시… 구경 좀 시켜주실래요?



그 이후에 어떤 말을 했는지는

잘 기억 나지 않는다.

...





서하의 이야기

#6


“네..?"

"네..."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날이 되기 전까지

걱정이 앞섰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색하지는 않을까.

직원이라서 부자연스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니...

후회스럽기까지 했다.

시간이 없다고 할걸.

약속이 있다고 했으면...


모든 생각을 떨쳐버리고 마음을 가볍게 가지고

잠깐이면 수원을 구경시켜 드릴 수 있을 거야.

라고 마음을 다잡으니

어느새 그날이 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에 내렸다.


그는 벌써 와 서 있었다.



그 순간

내가 염려했던 일들은 다 잊히고

오히려 자연스럽고 불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 있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래끼 때문에 안대를 하고 나와

애꾸눈처럼 보였던 첫인상.


싸악- 곧게 다림질해

깔끔하고 정갈했던 옷차림.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에는 아랑곳 안 하고

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나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몰았다.



감색 줄무늬 양복의 붉은색의 넥타이

회화책을 같이 들고 웃으면서 굵직한 목소리로

그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서하 씨."



그렇게

우리는 화성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곤 내게

작은 화분을 건넸다.


같이 꿈을 키워나가자고 한다.



일 얘긴가..?

아니면, 그 이상의 얘기인가..?



그렇게

그만의 표현 방식에

홀리듯

묘하게 설득당하며,

끌리다 보니


어느새 직장 동료였던 사람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만남이 계속 이어졌다.





#7

말 못 할 우리만의 비밀이 생겨버렸다.

분명 어제까진 직원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나의 연인이 되었다.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8

그렇게

퇴근 이후 우리만의 시간을 이어갔다.


회사보다는 조금 먼

종로 거리에서 주로 데이트를 했다.


경양식 집에 가서

돈까스에다가 마주앙 한잔을 걸치면

기분이 좋아졌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기분이 붕붕 떠서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걸었다.






그리고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들켜

3개월 만에 공개 연애가 시작되었다.





엄마와 오빠 (오빠는 이때도 눈뜨고 자고 있었네ㅋ)




#9

앨범에서 엄마와 오빠의 옛 사진을 발견했다.

아내와 아들의 잠든 모습을 담아낸 사진



아빠의 눈에 얼마나 사랑스러웠으면

이 모습마저 사진으로 담은 것일까.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고 싶지만

정확히 알 길이 없기에


그 마음을 상상하며

각색한 이야기로

부모님의 첫 만남을 글로써 남겨본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연애 스토리




#♥

네.. 네,,? 네!

밖에 안 한 것 같은데

어느새 결혼했다는 엄마의 말도


그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아빠가

꿈 하나에 용기를 내

데이트 신청을 했다는 말도


조금은 믿기지 않는

지극히 로맨틱한

그들의 러브스토리



#서하

#용현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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