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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pr 07. 2022

나는 어떤 내가 되고 싶은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나는 어떤 내가 되고 싶은가’하는 질문을 오래도록 품었다. 그 질문이 내 마음속에 혹독하게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던 그날 이후로 나는 그 질문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한동안 나는 그 질문 안에 매몰되어 있었다. 나는 도대체 어떤 내가 되고 싶기에 나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걸까.   

 

일을 하며, 5살 8살 아이들을 키우고, 새벽 기상을 하고, 틈틈이 책을 읽고, 아주 가끔 글도 쓰며, 관심이 가는 강의가 있으면 먼 길을 마다하고 찾아가고, 온라인을 통해 만나게 된 선생님을 오프라인으로 꼭 만나고 싶어 만나자고 먼저 청하는 용기도 내고.     


나는 도대체 어떤 내가 되고 싶었기에 매일 시간에 쫓기며  5,8살 아이들을 키우는 풀타임 워킹맘임에도 왜 이렇게 유난스럽고 때론 고단하게 살았던 걸까.


그 질문의 초입에서 나는 아난다 아카데미의 ‘느린 독서회’를 만났다. 이미 아난다 아카데미에서 공간 살림을 하며 나와 내 공간을 비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난다 선생님은 나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 내야지 내게 진실로 필요한 것을 채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매일 꾸준히 실천했고, 100일간의 공간 살림을 통해 나에 대한 큰 깨달음을 만날 수 있었다.     


https://cafe.naver.com/momtime/4145



그리고 만났던 것이 ‘느린 독서회’였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한 달 동안 책 한 권을 읽는 것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프닝 미팅에서 내가 매주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설명 듣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잠깐 지금이라도 못한다고 할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나는 책임감이 아주 투철한 존재였다. 한번 시작한 것을 무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느린 독서회’는 지난 2월 7회를 끝으로 시즌이 마무리되었는데 나는 ‘느린 독서회’를 통해 내가 품은 질문의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나는 독서라는 것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읽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린 독서회를 통해 배웠다. 37 동안  무수한 많은 책들을 읽으며 나는 그저 책을 눈으로 읽었지 책을 통해 나를 읽은 적은 없었다. 지난 5월부터 2월까지 나는 매주 에이포 5 이상의 분량을 필사 또는 글을 쓰며 나를 읽었다. 아이가 아파 밤새 간호하고 지친  새벽에도 나는 벌떡 일어나 글을 썼다. 매주마다 과제 마감시간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자궁질환 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조차 나는 병원에서 수술 전에 그다음 주 과제를 미리 마무리하기 위해 수술 전날 새벽 입원실 침대에 앉아 링거를 맞으며 글을 썼다. 그건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다. 누가 시켰다면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모두 나의 선택이었고 자의였다.    


37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꽤 많은 책을 읽었다. 글을 읽는 게 좋았고, 글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을 동경했다. 결국 대리만족이었던 것이다. 대리로 만족하고 끝. 그 흔한 북리뷰조차 귀찮아서 쓰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북리뷰를 쓸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나를 통과하는 과정을 글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37년 만에 깨닫게 되었다.    

 

37년 동안 읽은 책 보다 느린 독서회를 하며 읽은 7권의 책에서 나는 훨씬 더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결국 그 시간들과 그 깨달음이 모여 이 글을 쓰는 나를 만들었다.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독서회 여정의 결론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이다.

   

너무 허무하고 어이없어서 ‘이게 뭐야’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과 취미생활, 내가 지금 활발하게 하고 있는 커뮤니티 활동 그 모든 것이 내가 되고 싶은 것과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점들이란 말이다.    


모두 각각의 다른 활동 같아 보여도 내가 하고 있는 행동과 활동 하나하나에 내가 되고 싶은 것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나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되 나머지는 읽고 쓰는 시간을 나에게 충분히 주자는 계획을 가장 큰 목표로 세웠는데 결국 내가 되고 싶었던 건 읽고 쓰는 사람이었다. 나의 육아휴직 계획마저도 내가 하고 있는, 하고 싶은 것들은 내가 되고 싶은 것과 연결되어있다. 사실은 나 스스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같은 자리에서 돌고 돌아 나를 만난 것이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브런치 앱을 열어 통계를 확인하는 이유도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내 본능적인 행동이다. 조회수를 확인한다고 핸드폰을 들었다가 온라인 세계를 방황하는 나를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모두 되고 싶은 나와 연결된 나의 행동이다. 그러니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로 브런치에 접속한 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내가 되고 싶은 나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이 그렇게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흐린 날이지만 저 멀리 구름 뒤에 숨은 한 줌의 빛이 유난히 찬란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여기’ 이 소중한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기를 바란다.    

 

결국 모든 건 나를 중심으로 나와 연결되어 있다. 어떤 경로와 어떤 도구를 통해 내가 되고 싶은 나와 만나든 그건 자신의 선택이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 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내 마음이 나를 속일지라도 내 몸은 나를 속이지 못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또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을 열고 있는 나를 본다.


*<아난다 아카데미> 느린 독서회란?

https://blog.naver.com/myogi75/222661222583

지금 내 책상에 놓여진 것들이 결국 나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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