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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 Apr 05. 2022

새벽, 나를 만나는 시간(명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

어둠이 온 방을 채운 시간, 따뜻하고 아늑한 이불의 온기와 아이들의 살결, 숨결 사이에 깊은 휴식을 취하는 그 시간, 방 문 밖에서 요란한 알람 소리가 들린다. 알람 소리에 혹시나 아이들이 깰까 봐 붙잡고 싶어지는 이불 안의 온기를 뒤로하고 벌떡 일어나 살며시 문고리를 돌린다. 혹시나 내가 움직이다가 소리를 내서 아이들 이 깰까 봐 조심에 조심을 더한다. 깬 아이를 다시 재우다가 조급한 마음만 안고 새벽이 훌쩍 지나가거나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어 이 소중한 새벽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매일 아침마다 이불을 걷어차고 나오는 것은 김경희 작가님의 그림책 <천하무적 용기맨>의 첫 장면처럼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매일 아침 용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실에 나와 요란한 핸드폰 알람을 끄고 주방 창문을 바라본다. 창문 너머 멀리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타임스탬프 앱을 열어 창문을 향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내가 일어나자마 사진을 찍는 이유는 온라인 카페 <언니 공동체>의 <아름다운 새벽> 공동체에 참여하며 새벽 기상을 인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문에서 사진을 찍고 주방을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가는 동안 핸드폰 유튜브 채널을 열고, 소파 위 담요를 챙겨 덮고 소파에 누워 눈을 감든다. 겨우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와 다시 소파에 눕는 것이 이상하지만 이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새벽 루틴이다.


처음에 명상을 시작하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다. 명상에 관심은 있었지만 명상을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기에 시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명상을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가슴에 담고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새벽 기상을 꾸준히 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언니 공동체 카페 <아름다운 새벽> 공동체에 문을 두드려 새벽 기상 공동체에 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고, 매년 초에 등장하는 ‘새해’라는 키워드가 내 의지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 1월을 시작하며 새벽 기상은 시작되었고, 그 당시 나는 알람 없이도 벌떡벌떡 잘 일어났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고, ‘새해’라는 키워드역시 나의 새해 결심인 ‘새벽 기상’을 실천하기에도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읽고 쓰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야심 찬 다짐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새벽에 일어나기는 했는데 어느날 내가 새벽에 일어나 뭘했나 생각해보니 읽고 쓰는 시간으로 새벽을 충만하게 보낸 날보다,그 귀한 시간을 멍하게 흘려보내거나 온라인 세계를 방황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새벽은 혼자 깨어있는 고요한 시간이었으므로 혼자 핸드폰을 하기에도 좋은 시간 이었다.


또 새벽에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보낸 어느 날,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고 머릿속에 '명상'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유튜브에 명상을 검색했다. 내 마음속에 품은 것은 언제든 내가 필요한 시점에 나에게 오기 마련이다. 명상이 나에게 그러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20분짜리 명상을 틀어놓았다가 5분도 채 안돼 온 몸을 비틀다 결국 끝까지 집중하지 못하고 중간에 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처음 명상을 접하는 나에게 20분은 너무도 길고도 긴 시간이었던 것이다. 첫날 그렇게 온몸을 비틀며 짧은 명상을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새벽마다 멍하던 머릿속이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이었지만 명상을 통해 내 몸과 마음을 집중한 시간이 내 몸과 마음을 환기시켜준 것이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일어나자마자 짧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새벽을 시작하는 루틴으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고 긴 명상이 아직 어려운 나에게 적절한 명상을 찾다가 아침에 하는 5분짜리 명상을 듣게 되었다. 그 명상은 침대에서 누워서 하는 아침을 깨우는 명상이어서 나는 일어나자마자 다시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웠던 것이다.    

https://youtu.be/sW5Wppx7iDc


다시 잠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잔잔하면서도 편안한 목소리, 온몸의 감각을 하나하나 깨우는 내 몸의 감각에  관한 친절한 안내,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그 짧은 5분 안에 모두 다 있었다. 나는 그 명상이 끝날 때쯤 머리가 맑아지는 기운을 느끼며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가족과 여행을 가서도 혼자 있는 시간에 짧은 명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게 명상은 하루를 깨운다는 의미보다 나를 돌보는 시간의 의미였던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도전이었고, 명상을 시작하는 것도 도전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도전은 언제나 나를 사랑하는 일의 시작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도전할 이유도 의미도 없었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문장을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가족들 돌보는 역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엄마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만이 가족들도 사랑할 수 있다. 이것이 엄마에게 자기돌봄이 꼭 필요한 이유다.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는 아난다선생님(아난다아카데미 대표)의 말씀이 이제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언니 공동체란?

오소희 작가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네이버 카페로, 여성의 활동과 연대를 지원하는 공동체.

(도서 <나를 돌보는 다정한 시간, 우디앤마마> 참조)  

https://cafe.naver.com/powerfulsisterhood  


*아름다운 새벽 이란?

언니 공동체 내 매 달 모집하는 새벽기상 모임으로 연대를 통해 서로의 새벽을 응원하고 성장하는 공동체


*아난다아카데미

https://blog.naver.com/myogi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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