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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22. 2016

직장생활을 오해 하는 방법

주었다면 깨끗이 잊어라

후배의 역량을 키워줘라 

세심한 배려를 잊지 마라

자기 관리를 충실히 하라


“때가 되면 떠나는 것이 順理(순리)입니다. 

남들이 아쉬워할 때 떠나는 것은 祝福(축복)입니다. 

미련을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것은 幸運(행운)입니다. -----”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도와준 덕분에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떠날 수 있다는감사 인사였다. 아쉬움은 있지만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편지 곳곳에 배어 있었다. 순리, 축복, 행운 등과같은 단어를 굳이 한자(漢字)로 적어놓고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려는 모습이 느껴졌다. 


편지는 그의 연륜과 내공을 드러냈다. 인생 선배의 달관과 지혜가 전해졌다. 취임 직후 “열심히 일하겠으니 도와달라”는 편지는 많이 받아봤지만 이임을 즈음해 감사편지를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행운아였고,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본인은 이의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객관적인 조건을 따져보면 그랬다.‘사오정’이나 ‘오륙도’처럼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이 즐비한 상황에서 그는 70세 가까이 일했다.  


그는 오너 기업인이 아니었다. 고위 공무원 출신으로 공공기관장과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거쳤다. “고위 공무원 출신이니까 낙하산을 타고 월급쟁이노릇을 오래하는 것은 당연하지….”라는 생각은 난센스다. 고위공무원을 지냈다고 모두가 오래도록 직장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신사였다. 대접받기 보다는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몸을 굽히는 게 그가 가진 전부는 아니었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식견도 높았다. 그렇다고 앎을 자랑하진 않았다. 대화 중간중간에 자연스레 드러났을 뿐이다.   


요즘 50대 중년 여성의 꿈은 ‘앵두부인’이라고 한다. 단어를 풀어보면 기가 막힌다. ‘앵두’란 ‘앵벌이 두목’의 첫 음절을 조합한 것이다. 남편과 자식들이 모두 일자리를 갖고있으니 가장 행복한 축에 속한다는 뜻이다.  


조기 퇴직이 일반적인 추세지만 60세를 넘겨서도 일하는 사람들을 이따금 볼 수있다. 행운이자 축복이다. 하지만 운(運)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부분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개 성실, 배려 등을 장수 비결로 꼽는다. 


최근에 만난 선배 한 사람도 그랬다. 성공 비결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도 삶의 실천 덕목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색다른 ‘성공 조건’을 몇 가지 알려줬다. 


첫째가 ‘주고 잊기(Give & Forget)’다. 사람들은 보통 주면(Give) 받는(Take) 것을 기대한다. 이것은 거래일 뿐이다. 베푸는 게 아니다. 받는 것을 기대하면 벌써 얼굴에서 “언제 줄 거니?”라고 묻는 표정이 드러난다. 


이러면 상대방으로부터 호의(好意)를 얻기 어렵다. 경계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자신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주고 나면 깨끗이 잊어야 한다. 성공과 행복의 크기는 남에게 베푼 양에 따라 결정된다. 


둘째는 후배를 키우는 것이다. 파벌을 조성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후배의 역량을 키워주라는 뜻이다. 맹자가 “영재(英才)를 얻어 교육시키는게 군자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멘토(mentor)로서 후배의 발전을 이끌어주는 데서 기쁨을 얻는다. 


후배는 늘 선배의 도움이나 가르침에 목말라한다. 같은 길을 갔던 선배가 이전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는지 궁금해한다. 진솔한 조언은 후배를 감동시킨다. 이런 후배가 많으면 선배는 큰 보람을 느낀다. 


후배를 키우다 보면 부수적인 소득도 얻는다. 선배가 잘 이끌어준 후배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후배는 도움을 준 선배를 떠받는다. 그래서 자연스레 윈-윈(win-win) 상황으로 이어진다. 


셋째는 세심한 배려다. 인간은 섬세한 동물이다. 말 한 마디에 반응이 엇갈린다. 웃는 얼굴과 따뜻한 말씨는 세심한 배려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지하철 종점에서 잠든 취객에게 “일어나라”라고 하면 화를 낸다. 하지만 “여기서 주무시면 감기 걸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벌떡 일어나 “고맙다”고 인사한다.


넷째는 합리적인 시간 관리다. 일주일을 ‘2일– 2일 – 1일 - 2일’로 쪼개 관리한다. 상황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선배(2일), 동료 및 친구(2일), 후배(1일), 자기개발(2일)로 나눠 일정을 배분한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보낸다는 얘기다.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회는 준비한 사람들만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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