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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22. 2016

좋은 친구는 역사도 바꾼다

다윈, 와트등 인재들이 참여해 

산업혁명 이끈 루너 소사이어티

토론을 통해 지적 호기심 자극해 

인류의 위대한 발전을 이끌어내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그럴 수 없다면 그 누구와도 사귀지말라.” 


18세기 영국의 정치인이자 교육자인 리처드 에지워스의 말이다. 에지워스는“젊을 때는 자주 만나는 친구들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좋은친구를 사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만남은 개인은 물론 인류의 삶까지 바꿔놓는다. 이런 모임의 구성원들은 깊이 있는 지식, 끊임없는 노력, 사회 발전에 대한 불타는 의지를 공유한다. 이들의 만남은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인류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를 낳는다. 


에지워스도 좋은 만남을 통해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에지워스가 활동한 모임의 이름은 ‘루너 소사이어티(Lunar Society)’. 우리 말로는 ‘보름달 협회’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이름은 모임을 갖는 날에서 유래됐다. 그 당시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조명 시설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보름달이뜰 때라야 밤에도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주로 보름달이 뜨는 때를 전후해 모임을 가졌다.   


루너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지식과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이나 계몽주의 사상이 출현하는 시기도 상당히 늦춰졌을 가능성이크다. 회원들은 정치인, 교육자, 기업인, 화학자, 물리학자, 의사, 시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루너 소사이어티는 에라스무스 다윈과 매튜 볼턴의 교유에서시작됐다. 다윈은 과학자이자 시인인 동시에 의사였다. 당대 최고의 명의로서 부와 명성을 쌓았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에라스무스의 손자다. 


다윈과 볼턴은 친척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자주 만남을 가졌다. 볼턴은 아버지의 주물회사를 물려받은 후 사업을 키웠다. 나중에 제임스 와트와 함께 증기기관 제조업체를 세워 산업혁명의 불을 댕겼다. 


다윈과 볼턴은 과학에 대한 열정을 공유했다. 수시로 만나 전기, 기상현상 등 공통 관심 주제에 대해 실험을 하거나 토론을 벌였다. 이러다 보니 과학자들이 하나 둘씩 이들의 모임에 가세했다. 인쇄업자인 존 바스커빌, 지질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존 미첼, 시계제조업자인 존 화이트허스트 등이 새로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화이트허스트는 볼턴의 주물사업에 쓸 수 있도록 끓는 금속의 온도를 잴 수 있는 고온계(高溫計)를 발명하기도했다. 


이들의 명성이 알려지자 미국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루너 소사이어티 모임이 열리는 버밍엄을 방문해 회원들과 함께 전기와 소리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런 실험은 피뢰침 발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프랭클린의 추천으로 스코트랜드 출신의 미국인 의사 윌리엄스몰도 버밍엄에 둥지를 틀었다. 스몰은 미국의 3대 대통령토머스 제퍼슨의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몰은 지식인들을 회원으로 적극 영입했다.  


영국 도자기산업의 창시자 조사이어 웨지우드, 신학자인 조셉 프리스틀리, 교육자인 리처드 에지워스 등 쟁쟁한 인사들이루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특히 프리스틀리는 천재였다. 그는신학자인 동시에 화학자, 철학자, 영문학자였다. 그는 사이다의 원조인 소다수를 개발했다.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최초로 산소를 발견했다고 하지만 ‘프리스틀리가 먼저’라는 반론도나온다. 그는 또 ‘기본 영문법(The Rudiments of English Grammar)’이라는 책을 통해 현대 영어의 8품사 체계를 마련했다. 


프리스틀리는 루너 소사이어티의 발전과 쇠락을 동시에 가져왔다. 그는 프랑스대혁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바람에 영국 정부의 미움을 샀다. 그는 결국 미국으로 망명을 떠났고, 루너 소사이어티의 활동도 위축됐다. 회원들은 프리스틀리와 가깝다는 이유로 테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1세대 회원들이 고령으로 사망하자 자식들이 루너 소사이어티를 이끌어나갔지만 1세대의 왕성한 활동에는 미치지못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토론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갔다. 승차감이 뛰어난 마차를 설계하는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증기기관의 개량도 이들의 활발한 토론 덕분이었다. 그들은 네트워크 자체를 이익을 챙겨보려는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서로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신학기가 시작됐다. 상당수가 낯선 친구들이다. 신입생이라면 대부분이 새로운 친구들이다. 좋은친구를 사귀기 앞서 자신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친구라면 앎에 대한 열정, 공동체에 대한 사랑 등의 미덕을 갖춰야 한다. 이런 사람들의 만남은루너 소사이어티처럼 역사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참고문헌

1)   Lunar Society of Birmingha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2)   Means, Howard. 2001. Money &Power. New York : John Wiley & 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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