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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검 작가 Sep 12. 2020

첫 사회생활을 향한 발돋움

<1>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마트 근무였다

2016년. 내가 한창 대학교를 다닐 시절이다. 그것도 대학생활 3년 차일 무렵, 22살 때이다. 그때부터 나는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마트에서 근무를 해보게 됐다. 그렇다. 비록 단기 아르바이트였지만 그게 내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었다.


원래는 오로지 내 힘으로, 내가 알아서 괜찮은 알바 자리를 구해 입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래도 그전까지는 학교 공부에만 매진해오던, 그야말로 아주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던 걸까. 사회생활이라고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며, 어머니의 소개로 할 수 있게 된 마트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마트에서 처음으로 접하게 됐던 건, 설날 명절 선물세트 중 하나로 꼽혔던 '양말 세트'였다. 첫 사회에 발돋움해서 접하게 된 업무랄까. 그게 바로 판매였고 서비스였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낯설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판매라 하면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이 상품 좋아요. 선물하시기에도 딱 좋은 상품이에요"라며 소개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지레 겁을 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부담을 느낄 정도로 판매를 하지는 않았다. 세트 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이 보일 때면 자동반사적으로 내 몸을 이끌고 그 손님에게 친절하게 상품에 대해 설명해드리면 그만이었다. 미소 유지는 기본, 친절한 설명은 옵션.


그래서일까. 막상 해보게 된다면 나라는 사람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가 식품 코너에서 시식을 권유하는 알바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여기기도 했다. 왜냐하면, 목소리를 높여 손님들에게 음식을 권유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말세트라고 해서 거창하게 많은 정보를 알고 팔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양말세트를 판매할 때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 보이는 족족이 말을 붙일 필요까지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목소리를 크게 높일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한결 마음을 편하게 먹고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통해 접해보고, '일'이라는 것을 함으로써 혼자 힘으로, 내가 직접 '돈'이라는 것을 벌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었을까. 처음이라 낯설었던 것만큼, 뿌듯함 또한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이다.


"선물할 건데, 아무래도 아가씨가 보는 안목이 더 좋을 것 같으니 추천 좀 해줘요."

"언니, 어떤 상품이 더 괜찮아요? 이걸로 하면 선물 받는 사람도 기분 좋아할까요?"

"구경 잘하고 갑니다."


물론 일을 하면서, 일명 '진상 손님'이라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기도 했었다. 항상 좋은 사람들만 만나지는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꼭 한 명씩은 기분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만약 손님이 아니라면, 마트 내에서 종종 보이는 상사가 꼭 내 기분을 건드릴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첫 시작은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다시 지금 물류 일을 할 거라고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늘 이야기하던 것이 있었다. 어떤 일을 하든,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하듯이, 일 또한 처음부터 잘 선택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그 일로 인해 앞으로의 내가 직업을 고르든 일반적인 회사 생활을 하든, 어떠한 일을 하게 되던지 간에, 처음에 무슨 일을 시작했느냐에 따라서 나아가는 방향이 이미, 어느 정도 잡힐 거라는 걸 말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뭘 잘 몰라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하면서도 어린 생각만 줄기차게 했었다. 어쩌면 멍청한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혼자 이런 희망적인 생각을 품고, 짧은 기간 동안에만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했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게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장 최고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첫 아르바이트 시도는 괜찮았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곧 험난한 사회생활의 첫 시작이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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