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검 작가 Oct 04. 2020

신학기를 맞이하는 아이들을 위한 가방 판매

<2> 추운 겨울, 두 번째 마트 알바는 가방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2016년 2월. 아직까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추위에 한없이 약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나에게, 매일매일 덜덜 떨 정도의 추위를 안겨주던 시절, 그 해 그 겨울 2월에는, 1월에 양말 세트 판매 이후 거의 바로 다른 것을 판매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 다른 것을 판매한 것은 다름 아닌 '가방'. 그것도 아이들을 위한 가방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2월은 3월에 맞이할 신학기를 위해, 여러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가방이나 그 외 물건을 선물로 사주는 달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가 마트에서 가방을 판매하며 스쳐 지나가는 고객들을 볼 때면 대부분 그랬다. 


특정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가방으로 꼭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 부모님이 골라주는 가방으로 대충 선택하는 아이, 이제는 그림이 아닌 좀 더 깔끔한 디자인의 가방을 메고 싶다는 아이 등 아이들 모습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취향으로 가방 구경하러 오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꽤 있었다. 그 추위를 뚫고서 말이다.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렇게 구경하는 아이들과 부모님 등 가방 찾아 방문해주는 고객님들을 보는 게 나의 일상이었고 하나의 재미였다.


다만, 신학기 가방을 판매하면서 조금 아쉬웠던 것은, 나와 같은 대학생(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이었다)이나 성인이 멜 법한 가방이 아닌, 정말 말 그대로 아이들이 멜 가방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요즘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캐릭터가 인기 있는지 잘 모른다.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일하고 돈 받는 입장에 불과한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그저 묵묵하게 할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하는 조금의 아쉬움이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속으로는 아이들이 메는 가방이 아닌, 이왕이면 나와 같은 성인들이 멜 법한 가방을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밝힌 것처럼, 인기 있거나 유행하는 캐릭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들 취향에 맞게 제대로 추천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에 비해 성인이 메는 가방은 캐릭터가 아닌, 브랜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동 가방보다도 더 쉽게 설명하며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취해있었다.


어쨌거나 그때 인기 있는 캐릭터를 굳이 떠올려보자면, 겨우 생각해낼 수 있는 캐릭터가 바로 <겨울왕국 1> 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엘사와 안나, 그리고 올라프 정도다. 잠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겨울왕국 1>이 2014년도에 개봉했던데, 2년이 지난 2016년에 가방을 판매하면서도 어렴풋이 그 캐릭터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여전히 그때도 인기 있던 캐릭터들이 아니었나 싶다. 


음, 남자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캐릭터들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으로서는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겨울왕국 1>에서 등장했던 주요 캐릭터들만이 꽤나 내게도 인상 깊게 남아있던 모양이다.



지금 쓰는 주제와 연관 없는 걸 알면서도 아주 잠시, 나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여전히 나 역시 성인이 된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도 엘사를 좋아한다. 


뜬금없는 고백인 줄 알면서도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날의 경험을 되짚어보며 떠올린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연관성 있는 여러 기억들을 연결고리로 만들어 이어서 글을 쓰는 게 나의 글쓰기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 스타일이 좋다고도, 꼭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꽤나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때때로 독자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가방을 판매했던 경험담을 이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1월에 양말 세트를 판매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마트만의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해야 했다. 그 당시에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라고는 긴 팔 유니폼과 얇은 검은색 카디건이었다. 양말 세트를 판매했던 때와는 달리, 하필 신학기 가방을 판매할 때는 출입구와 가까운 쪽에 배치되어 있어서 추워도 너무 추웠다. 그렇다고 패딩 같은 걸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말 머릿속에서는 패딩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휴지도 없이 코를 훌쩍거리면서.


마트 직원이신 어머니(주로 2층에서, 그리고 출입구와는 먼 곳에서 근무하셨다)께서는 한 번씩 내가 일하고 있는 1층으로 내려오시고는 하셨는데, 달달달 떨면서 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도 확연하게 보이면서 안쓰러워 보이셨는지, 임시방편으로 저렴한 검은색 플리스(?) 옷을 사주셨다. 어머니 덕분에 그나마 따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의 머릿속은 온통 패딩 생각뿐이었다.


'내게 패딩을 입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난스러운 생각을 머릿속으로만 1인 시위하듯 외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나는 추위에 약했고 그래서 겨울이 싫었다. 두꺼운 옷으로 몇 벌을 껴입어도 추워서 덜덜 떠는 게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가방을 판매하던 그 순간에도 추위를 잊어보기 위해 같은 곳을 계속 맴돌며 어떻게든 몸에 열을 올려보려고 애쓰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게 되지 않아 거의 일하는 내내 추위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방 판매 아르바이트 경험에 대한 기억은 딱 이 정도다. 이 때도 약 2-3주 정도 단기로 일을 했던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서 따로 일기를 적어두거나 다른 곳에 기록해둔 것이 없어서 그저 기억에만 의존해 작성하다 보니, 그 며칠간 일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제대로 다 풀어 적지 못하는 게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따로 기록해두지 않은 경험과 기억들 또한 스스로는 들여다볼 수 없는, 저 어딘가의 알 수 없는 깊은 내면 속 망각의 너머로 자유로운 바람을 타고 이미 자취를 감춰버린 지 오래됐는데.


그렇지만 아주 조금의 기억이라 할지라도 나만 보는 공간이 아닌, 공개적인 공간에 이렇게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고 또 다른 사람들이 글을 볼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콩닥콩닥 거림과 동시에, 아주 조금 남아있던 가방 판매의 이 기억만큼은 참 축복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억, 이 글만큼은 세상 밖으로 꺼내어 또 다른 세계, 새로운 빛을 선사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 대해 조금 언급하자면, 가방을 판매할 때보다도 더 어린 친구들을 상대로 또 다른 물건을 팔았던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지금 밝히면 재미가 없을 테니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작가의 이전글 첫 사회생활을 향한 발돋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