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Think and Do

지독한 무대 공포증을 넘어 첫 콘서트 무대에 오르다

마이크, 무대, 대중, 발표, 다수의 시선...

듣기만 해도 저에겐 공포심을 주는 단어였어요.

특히 남 앞에서 하는 노래는 저의 자존감을 한없이 바닥까지 끌고 내려가는 주범이었죠.


학창시절 저의 평균 점수를 칼같이 깍아먹던 점수는 바로 음악...

가장 두려워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던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적막이 흐르는 교실 가운데

홀로 서서 가창시험을 봐야 했던 음악 시간은 저에게 벌받는 시간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싫어했냐고요?

아니요.

차라리 싫어했다면 이 정도의 집착이 생기진 않았을 거에요.

저는 미친듯이 노래 듣고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철저히 혼자서만요.)


특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8살 때 이사온 집에선 아버지의 낡고 오래된 전축을 제 방에 두기로 했어요.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늘 즐겨듣던 방송이 있었죠.

이불 속에 누워있다가도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이불 킥을 하고 튀어나가

미리 넣어둔 공테이프에 녹음버튼을 꾹 눌러  나만의 즐겨찾기 앨범을 만들기도 했어요.

좋아하던 친구에게 그렇게 소중히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선물하며 고백을 하기도 했었고요.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저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 앞에서 노래만 하면

너무 심하게 긴장되 울음이 터지거나 불안하고 떨려 목소리에서 염소소리가 나곤했어요.

저에게 왜 이런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반드시 극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전했어요.

무대에 서자.

나만의 노래를 만들자.

내가 사랑하는 것을 결코 포기하지 말자.


그렇게 저는 죽기 전까지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1순위, 남들 앞에서 노래하기에 도전하게 됩니다.

모든 게 다 처음이었어요.

작사도, 내 노래를 갖게 된 것도, 녹음실에서 녹음을 해 본 것도...

노래 가사엔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들어봐 두근대는 심장 소리를

느껴봐 내 안에 꿈틀대는 욕망을

해봐 바보같이 생각만 하지 말고

반짝일 그날이 눈 앞에 있어'


상상만 해도 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노래하는 저의 모습을

이제는 꿈만 꾸지 말고 해보자.

Think and Do!

실패하면 어때 까짓 것 아님 말고!

저에게 말하는 자성적인 메시지를 담은 곡이었어요.


 


그렇게 저질러버린 나만의 곡 만들기는 정말 꿈같이 완성되었고,

음원 사이트에 제 곡과 아티스트명을 검색하면 거짓말같이 제 목소리가 플레이 되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설 무대를 기획하기 시작합니다.

콘서트 명은 '꿈꾸는대로'


160석에 가까운 홍대 소극장을 계약했고,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역사적인 날에 함께 해 달라면서요.

꿈같은 그날이 왔고, 무대 뒤에선 얼마의 사람이 왔는지, 누가 왔는지도 모른채

대기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어요.


무대 시작 전 제 곡의 편곡과 기타리스트를 맡아주었던 분이 제게 그러더라구요.

'세인씨 잘 할거에요. 걱정말아요. 나도 옆에 있을거니까.'

그 말에 조금 용기가 났습니다.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큰 목소리로 저를 무대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요.

저는 이렇게 제 소개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박세인입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꼭 이렇게 한번 소개해보고 싶었어요.

오늘을 기대하고 오셨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노래를 정말 못해요.

근데 오늘 이 무대에서 서고나면 전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해요.

노래를 못해도 가장 할 수 없던 일이어도 마음만 먹는다면 할 수 있다는 거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응원해 주실거죠?'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첫 곡을 부르기 위해 무대 위에 놓인 스탠딩 의자에 앉았어요.

너무 떨려 눈을 차마 뜰 수가 없었어요.

입 주위가 경련이 일어나 움찔 거렸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연주는 시작되었고 저는 시작부터 박자를 놓치고 말았어요.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마이크가 안나오더라고요.

기타리스트가 '싸비(후렴구)부터 다시 시작할게요.' 하는데,

긴장한 나머지 그 뜻이 뭔지도 모르고 전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하고 말았어요.

반주와 노래는 따로 놀면서요.


관객들이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고

저는 '아... 너무 죄송해요. 너무 긴장이 되네요...다시 처음부터 해도 될까요?'하고 물었고,

다들 '네~'하고 크게 대답해주셨어요.

그렇게 눈을 꼭 감은 채 첫 곡을 불렀습니다.



다음 무대부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무대 밖 대기실에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무대에 뛰쳐나가고

무슨 말인지 모를 제 이야기를 하다 또 노래를 부르고 다시 들어가고.

그렇게 1시간을 꽉 채워 무대에 섰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 첫 무대, 첫 곡을 부르던 모습을 본 사람들이 후기를 들려줬어요.

'세인이 너의 긴장에 나도 얼마나 긴장했는지 몰라.

너가 얼마나 큰 마음을 먹고 그 자리에 섰는지 고스란히 느껴졌어.

참 대단하고 대견해.

꼭 잘해야지만 할 수 있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너가 원하니까 너가 극복하고 싶으니까 섰던 그 무대를 보니

나 역시 꿈꾸는대로, 생각대로 살고 싶은 걸 찾게 되더라.

너 무대보고 나 많이 울었어.

정말 고마워.

너의 첫 경험을 공유하게 해 줘서

(근데 노래는 진짜 못하더라. 용기가 가상해.ㅎㅎ)'



지금도 그날의 사진을 보면 심장이 쿵쾅거립니다.

하지만 그 사진 한장이 제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확인시켜 줍니다.

생각한 것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생각대로 사는 여자 박세인.

그게 바로 저에요.


시작이 두려우시다고요?

Think and Do!

언니 믿고 따라오세요.

까짓것 아님 말고!




생각대로 사는 여자 박세인의 세인생각 中






   

  



 

매거진의 이전글 목적이 없는 외로움이 밀려올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