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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 Sep 26. 2019

충남 생태여행 10선, 보령 소황사구

순비기나무 향기를 맡으며 걷는 보령 소황사구 자연관찰로




생명력 가득한 해안사구, 보령 소황사구를 아시나요?


해안사구는 바람에 의해 형성되는 모래 언덕입니다. 해안사구는 태풍으로 인한 거센 파도나 해일로부터 배후지역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같은 존재입니다. 아울러 내륙으로 소금물이 유입하는 것을 막아주고 해안사구 배후습지를 형성해 담수를 저장하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합니다. 특히 해양생태계와 육지 생태계를 연결하는 중간지대로서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해안사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은 태안 신두리 사구입니다. 그러나 충남 보령에도 신두리 사구 못지않게 중요한 해안사구가 한 곳 더 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바로 소황사구입니다. 소황사구는 보령 바다가 끝나고 보령과 서천을 잇는 부사방조제가 시작하는 소황리 해안 일대에 만들어진 해안사구입니다. 예전에는 보령지역 마지막 해수욕장인 장안 해수욕장으로 유명했지요.. 해수욕을 하러 놀러 온 사람들이 맛조개를 맘껏 잡았다던 이곳은 군사보호 구역으로 묶이면서 더 이상 해수욕장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헹일끼요? 그 덕분에 무분별한 모래채취와 해수욕장 개발로 망가진 다른 사구 지역과 달리 자연환경이 잘 보전될 수 있었답니다.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는 해안사구 가치를 인정받으며 이 일대는 소황사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환경부는 소황사구가 지닌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이 일대를 소황사구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해양수산부 역시 2018년에 국내 첫 번째 해양경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이곳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충남 보령 생태여행지, 소황사구





순비기나무 향을 맡으며 걷는 소황사구 탐방로



부사방조제가 시작하는 지점에 도착하면 소황사구 시작을 알리는 작은 출입문이 있습니다. 소황사구 안쪽에 위치한 탐방안내소에 가기 위해서는 사구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치한 나무데크길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면서 저 멀리 독산해수욕장 일대부터 시작해 부사방조제 부근까지 이르는 드넓은 소황 사구 일대를 둘러봅니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고운 모래사장 위에 다채롭게 피어 있는 초록 공간 사이에 그림 같은 오두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이곳 소황사구 일대를 관리하고 방문객을 맞이하는 안내소입니다.  나무데크길은 안내소와 야외교육장을 지나 저 멀리 빨간 깃발이 보이는 마지막 지점까지 이어집니다. 군사지역으로 묶여있는 탓에 평일에 이곳을 찾아오면 바닷가는 거닐지 못하고 나무데크길 구간만 둘러볼 수 있다고 합니다. 


소황사구 탐방로 풍경



10월을 앞두고 있는 소황사구는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뜻하는 '화양연화'는 아닙니다. 갯그렁을 비롯한 염생식물들은 마치 나무가 단풍이 지듯 서서히 가을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초여름부터 화려하게 피었던 다양한 염생식물 꽃 역시 지금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요. 


그래도 이곳은 여전히 볼거리 많은 멋진 생태여행지입니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과 식물을 비교하면서 길을 걷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해당화와 순비기나무 꽃 덕분에 눈이 즐겁습니다. 순비기나무 잎을 건네주신 해설사 선생님 덕분에 난생처음 맡아보는 순비기나무 향을 즐기며 길을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떤 야생동물이 활동을 하고 있나 살펴봅니다. 남아 있는 꽃을 찾아 나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고, 다양한 잠자리 친구들이 소황사구 일대를 열심히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수풀 사이에 그물을 짓고 사냥을 하는 호랑거미도 만나고 밤사이 이곳을 드나들었던 고라니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황사구 관찰로에서 만난 자연생태 이야기





소황사구 바닷가에서 만난 해안사구 핵심종, '그이'



보통 갯벌 하면 진흙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대천해수욕장부터 시작해 이곳 소황사구에 다다르는 보령 바닷가는 모래갯벌 지역입니다. 그래서 해수욕장이 하나도 없는 홍성 바닷가와 달리 보령에는 해수욕장이 잘 발달되어 있지요. 그래서 보령 바닷가 여행을 할때는 해안사구를 절대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황사구 바닷가를 거닐며 해안사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종인 달랑게를 만나고 그이가 만든 흥미로운 흔적을 직접 발견했습니다. 충청도 방언으로 게를 '그이'라고 부른다지요? 갯벌과 해안사구 관리자인 그이가 열심히 가꾸고 관리하는 모습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이는 바닷물이 빠지면 부지런히 갯벌에 구멍을 내어 갯벌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합니다. 그이가 구멍을 만들면서 만든 예쁜 모래 경단은 파도에 부서지고 바람에 흩날리면서 멀리 날아가 해안사구를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갯벌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조류 친구들에게 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먹을거리랍니다.  모래사장을 거닐며 뒤로 보이는 소황사구를 바라보니 예전에 해안사구에 대한 생태교육을 받을 때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해안사구 참 예쁘죠? 해안사구라고 하는 멋진 작품은 바람, 파도, 그리고 게가 만드는 멋진 합작품입니다.   

소황사구 바닷가를 걸으며 해안사구 핵심종, 그이를 만난 순간





소황사구 새 친구들


이제는 현미경 대신 망원경 같은 시선으로 소황사구 바닷가를 바라봅니다. 쉴 새 없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제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사람사는 동네에서나 볼 거라 생각했던 제비들이 이곳 바닷가 모래사장까지 찾아와 활동을 하는 게 놀라웠습니다. 그 외에도 영원한 바닷가 터줏대감인 괭이갈매기, 전국 하천과 해변가에서 텃새처럼 살고 있는 왜가리, 그리고 소황사구 하늘을 지나가는 흰뺨검둥오리를 여기서 만날 수 있었지요. 


더 집중해서 관찰하면 조금 더 특별한 만남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여름 철새 노랑부리백로도 아직 소황사구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봄, 가을 이동시기를 맞이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 도요새들도 소황사구에 와 있습니다. 도요새 종류 중 가장 긴 부리 길이를 자랑하는 마도요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느꼈던 순간입니다. 


9월 소황사구 조류 친구들







충남 생태여행 10선, 소황사구 생태탐방을 마치며 



보령 소황사구는 관광지가 아닙니다. 소황사구에 대해 배우고 이곳 생태를 연구하는 이들이 주로 찾아오는 환경교육 장소이자 생태연구 사이트입니다. 더구나 군사보호 구역으로 묶여 있는 탓에 그나마 주말 휴일이 돼야만 소황사구 전체를 자유롭게 거닐면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다른 유명한 관광지처럼 화려한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없는 대신 소황사구가 지닌 자연환경과 생태 그 자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생태여행지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계절 변화에 따라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해안사구라는 자연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다채로운 야생동식물을 만나는 일은 매 순간 경이로움을 느끼는 특별한 여행경험이기도 합니다. 


해설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소황사구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시기는 온갖 염생식물이 꽃을 피우는 5월부터라고 합니다. 특히 갯메꽃이 해안사구와 바닷가 모래사장을 뒤덮는 풍경이 장관이라고 하니 다음번에 기회가 닿으면 그 모습을 보러 다시 찾아오고 싶네요.  다음번이 기다려지는 생태여행지 소황사구 인연을 기약해봅니다. 


부사방조제 위에 올라서서 바라본 소황사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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