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ms in Freedom
올해 4월에 이어 6월 초에 또 방문한 국립 신 미술관. 이제는 국내에도 제법 많이 알려진 것 같은데, 멋진 건축물과 그 안의 가구들(특히 알고 보면 다 명품인 의자들)로 유명한 곳이다.
4월에는 다음 일정으로 시간에 쫓겨 마티스 전시만 겨우 관람하고, 6월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내부 구경도 차근차근 더 둘러보았다. (소름 돋는 건 이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그 반대로 - 그러니까 전시를 4월에 보고 더 여유를 두고 내부를 구경한 게 6월이라고 - 착각했다는 점... 휴 기록의 중요성! 밀리지 말자!)
뭐 이제는 어딜 가나 미술 전시에 대한 정보나 미술관 정보, 혹은 예술가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도 있고 이제 나름 흔해진(?) 정보이니... 여기에는 내가 인상 깊었던 것 위주로 기록하기로.
일단 마티스는 야수파(Fauvism)의 창시자이다. "야수파"들이 주로 원색의 색채를 야수처럼 파워풀하게 쓴다고 해서(좋은 의미는 아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조가 생긴 것인데, 추후에는 "그림에서 색을 해방시켰다"라는 평도 받았던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미술사조가 그랬듯 처음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받지 못했던 것일 테지.
후반부의 마티스는 너무 건강이 악화되어 그림을 그리기 힘들어지게 되자, 단순한 선들로 구성된 그림과 종이를 잘라 만드는 컷아웃(cut-out)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이게 뭐냐고 비하했다는 것 같은데, 사실 엄청 단순해 보여도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작업을 했을 때 마티스의 작품이 주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티스도 저렇게 단순해 보이는 작품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 어떤 책을 보니(책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정보는 기록해 두었다), 마티스가 새와 물고기가 그려진 바다/하늘 연작을 작업할 때는 300마리가 넘는 새를 키우며 관찰하고 하나의 형태를 그리기 위해 200번 넘게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냥 봤을 때 "엥, 이게 뭐야?"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단순한 작품들도 사실 그 이면에는 작가들의 엄청난 재능, 노력, 고뇌, 그리고 남다른 시선이 있다. 사실 피카소나 그 외 처음에는 논란을 일으켰던 많은 현대미술 작가들 모두 어린 시절에 이미 엄청나게 정교하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수준을 달성했던 사람들이다. 마티스도 그의 인생 초반기에는 예전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들을 따라 그리는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철두철미하게 다른 작품을 "분석"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작업을 했다고 한다. 목적은 아주 공들여서 모방하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의 작품을 보고 "나도 저 정도는 하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한들... 나는 여태 뭐라도 만들어봤는가?)
어쨌든, 마티스의 단독 전시를 본 것은 도쿄에서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도 마티스 전시가 열렸던 것 같은데, 뭔가 썩 끌리지 않아 결국 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마티스의 초기부터 후기까지의 작품들을 전시해 두었는데, 가장 놀랐던 점은 전시 맨 마지막에 마티스의 마지막 작품, 남프랑스 방스의 로사리오의 대성당 예배당을 구현해 냈다는 것이다. (한국에 이런 작품을 구현해 낸 전시가 있었던가? 역시 전시는 도쿄인가 하며...) 건강히 심각하게 좋지 않았던 마티스가 한 수녀의 부탁으로 전체적인 건축에서부터 내부 디테일까지 다 심혈을 쏟아 이 디자인한, 일종의 "종합 예술작품"인 예배당이자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특히 예배당의 스태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이었는데, 컷아웃 기법으로 표현한 밝은 색채의 자연 형태들이 돋보이는 이 스테인드 글라스에 빛이 새어들어 시간에 따라 내부의 밝기가 달라진다.
아래부터는 전시의 사진들 일부. 어차피 사진촬영이 거의 금지였어서 사진이 얼마 없다.
그래도 마지막 예배당은 사진 찍게 해 주어서 다행이네. (하지만 비디오는 금지였던.)
아래부터는 너무 멋졌던 미술관 내 풍경들 (그런데 의자가 거의 주인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