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두루미 월동지를 가다
대한항공만이 취항하던 노선인 일본 규슈 가고시마 노선이 일본 소도시 여행 트렌드를 타고 LCC인 이스타젯(인천-가고시마), 제주에어(대구-가고시마)가 취항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과 접근성 측면에서 싸지고 편리해졌다. LCC 노선이 생기면서 가고시마 거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인 여행자들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국인의 규슈 여행이라면 후쿠시마와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와 유후인, 나가사키 정도였지만, 이제 단체관광객들을 가고시마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나같이 혼잡스럽지 않기 때문에 일본의 소도시를 찾는 혼행족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다소 희귀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혜택과 환대 등이 아무래도 이곳 사람들도 한국 여행객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비즈니스적이 되거나, 소위 '혐한'들의 어쭙잖은 눈초리를 느끼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광이론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경우 대체로 배낭여행자들이자 혼행족들은 혼잡함으로 인한 번거로움과 자신만이 희귀성 추구 성향 때문에 다른 대체 여행지를 찾게 된다. 후쿠시마를 거쳐 교통비 비싼 일본 여행에서 한 번 더 규슈 신칸센(1시간 30분)이나 고속버스(3시간)를 타고 가던 곳이 가고시마였다. 하지만 LCC의 취항은 이런 번거롭울 없애고 편리성과 경제성을 가져다준 대신 번잡함과 일상성이라는 여행지의 희귀성을 앗아갔기 때문에 이로움은 취하대 자신들만의 여행패턴을 추구하자면 다른 대안의 여행지를 찾는 여행 행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가고시마현 북서부 끝에 위치한 이즈미시는 흑두루미 월동지란 생태관광지적 특성 때문에 한 번은 가보려 했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고시마와 이부스키 등에 밀려 그간 3번의 가고시마 여행에서 늘 뒷 순위로 밀려나 있었다. 물론 방문한 시기가 두루미가 찾지 않는 시기라는 계절적인 면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가고시마는 그 자체가 애초부터 나의 여행 목적지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는 말이 있듯이 그것이 경우든 목적지든 자주 접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떤 여행지로서의 애착이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첫 번째 가고시마를 알게 된 것은 가고시마에서 페리를 타고 4시간 여 달려가는 원령공주의 모티브가 된 섬이자 거의 섬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수천 년 이상 수명을 가진 삼나무, 일명 야쿠스기와 이끼의 섬인 야쿠시마를 방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 잠시 스쳐간 인연으로 알게 된 가고시마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위해 한번 더 갔었고, 이어 미야자키를 여행할 때 경유지 겸 베이스캠프로 지내기 위해 다시 찾았던 곳이 가고시마였다.
그때와 이번 가고시마 여행이 다른 점은 번거롭게 후쿠오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직항으로 간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약 1시간 20여분이면 바로 가고시마공항 도착이다. 이전에 비해 경비와 시간이 대폭적으로 절약되었다. 하지만 그 이점이 그리 달갑게 다가오지는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고 여행자인가?
이즈미시는 인구 약 5만의 가고시마현 북서부 끝에 자리한 규슈에서도 시골인 곳이다. 다녀와 구글링 해보니 시골이라 도시 전체의 인구는 줄어드는 경향이다. 일본의 농촌 소도시가 그러하듯이 이곳도 고령화라는 일본의 큰 추세에서 비켜나 있지는 않다. 이즈미는 한자로 '출수(出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예로부터 물이 좋은 동네이다. 이 좋은 물은 이즈미시 동북부 쪽 산맥이 풍부한 물을 제공해주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논농사에 적당해 밥맛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논농사의 주산지인 이즈미 평야가 바로 월동하는 두루미에게 겨울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준다.
관광이나 또는 생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즈미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이즈미는 10월 중순경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약 1만 마리의 두루미가 광활한 이즈미 평야에서 월동하는 장소로 유명하여 특별 천연기념물(고시 마현의 두루미 및 그 도래지)로 지정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즈미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 흑두루미의 약 90%가 월동하는 월동지이고,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이들과 공존하기 위해 노력한 농부를 포함한 지역민들의 사례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관광개발로 날로 피폐해지고 제주다움을 잃어가는 제주에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지 않을까? 란 생각 때문이다. 이미 잘 조사된 사례 보고서가 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보고서만 읽는 것과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은 이해에 많은 차이가 있다. 참조는 하되 타인의 시각이 아닌 자신의 시각으로 현상을 보고 읽는 것이 관광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관광은 매우 현실적인 현상이고 관광지가 처해 있는 관광환경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품고 익숙한 가고시마 츄오 역에서 후쿠시마로 가는 규슈 신칸센 티켓을 3000엔 주고 끊어 타면 약 20분이면 이즈 미역에 도착한다. 일본 여행에서 교통비는 항상 배낭여행자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즈 미역에 도착하면, 먼저 역을 나오기 전 이즈미역 관광안내센터를 꼭 들러보도록 한다. 두루미 월동지란 것 외에는 사실 작은 도시라 숙박이나 관광지, 교통편 등에 대해 웹상에서는 매우 정보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데, 로컬관광안내센터는 이런 제약을 극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정보의 보고이다. 관광안내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센터 직원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팸플릿과 버스시간표 등을 얻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면 '에키벤(열차도시락)'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열차여행 마니아 중에는 이 에키벤 먹방을 중심으로 여행자도 있는 만큼 지나치면 안 된다.
마침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가장 인기 있는 이즈미역 에키벤을 구입해 간단하게 하면서, 관광안내센터에서 얻은 이런저런 지역정보 안내 브로슈어를 보면서 교통편 안내 프린터물과 대조해 본다.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일본 소도시 여행에서 교통편의 시간과 노선을 확실히 머릿속에 그려놓지 않으면 허비하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중간중간 달라질 수는 있는 것이 혼행족의 즉흥여행의 묘미지만 기본적인 것을 생각해 놓는 것은 좋다.
이즈미 여행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역을 나서면 바로 앞에 비즈니스호텔 2곳이 눈에 들어 온다. 높아야 3층 정도의 건물만 있는 작은 도시에 10여 층 되는 호텔들은 금방 눈에 띄기 마련이다. 이즈미 올레 안내책자에는 이외에도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몇 개의 지역 호텔을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즈미역이 교통편의 출발점이라 급하게 숙박어플과 구글맵을 통해 검색해보니 한 곳은 7000엔 한 곳은 5000엔이다. 굳이 예약이 필요할까 싶어 비교적 후기가 좋은 7000엔짜리 윙 인터내셔널 호텔에 들어가 빈방이 있냐고 물어보니 1인실이 6000엔이라고 설명해 준다. 어~~! 부킹닷컴 등 숙박어플이 어느 정도 수수료는 떼어간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1000엔이나 받아가다니, 날강도나 다름없다는 생각과 함께 일본 소도시 여행에서 나와 같은 솔로 여행객들은 무리해서 숙박시설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휴일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깨달음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배도 든든히 했고, 묵을 곳도 정해 놓았으니 본격적인 이즈미 여행의 시작이다. 오후에 도착한 만큼 규슈올레길을 걷기엔 무리라 이즈미의 오후 겨울 햇살 아래 풍요로운 이즈미 평야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월동하는 두루미를 보러 가기로 이즈미역으로 향한다.
이즈미두루미관찰센터(Izumi Crane Observation Centre)는 이즈역에서 차로 약 20여 분가면 나오는 이즈미 평야에 위치해 있다. 초행길의 여행객이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일반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해 이곳을 찾아가는 것은 상당한 양의 번거로움을 제공한다. 일본 소도시 여행의 미묘한 매력이자 또한 장애요인이기도 하다. 경험상 많으면 한 시간에 한대, 주노선이 아니면 하루에 2-3대, 아니면 5-6회대 정도만 다니는 것이 나의 경험상 일반적이었다. 이런 번거로움을 예상은 관광안내센터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해소되었다. 마침 이번 방문이 12월이라 매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기간이 두루미가 월동하는 때라서 한창 시기인 12월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이들 방문객을 위한 관찰센터행 특별 관광버스가 이즈미역을 기점으로 다닌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아침 9:35분 첫차부터 마지막 차인 15:00까지 대략 한 시간 간격으로 6편이 있다. 왕복 1000엔이다. 이즈미역에서 출발하여 두루미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쌓는 두루미 박물관을 거쳐 직접 실전에서 확인하는 두루미관찰센터로 이어지는 코스이다.
여행에서 이런 사소한 행운은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이번 이즈미 여행은 호텔 선택 시 약 1000엔을 아낄 수 있는 경험에 더해 두 가지 소소한 행운을 내게 가져 준 셈이다. 이런 경우 여행자는 그 여행지에 대한 호감지수가 급격히 올라가 재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키벤을 먹고 이런저런 관광정보를 얻고 호텔 체크인하니 1시를 조금 넘겨 버렸다. 관광버스 막차가 15:00에 이즈미역에서 출발하는 하는 관계로 관찰센터에서는 15:24분이 막차가 된다. 이런 관계로 1:58분 차를 타면 관찰센터에서만 약 1시간 동안 머물 시간뿐 나지 않는 관계로 이론 공부할 여유가 없다. 근사하게 지어놓은 두루미박물관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패스한다.
한적한 시골마을 중심지를 가로지르는 버스의 창가 밖으로 펼쳐지는 이즈미시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지나는 이도 잘 보이지는 않는 길을 달려 이즈미 평야에 들어서면 먼저 철새 울음소리가 이곳이 월동지이구나 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수백만 평 평야에 소수의 두루미 무리가 한가롭게 겨울 벼이삭을 부지런히 먹는 먹이활동을 하는 한편, 지나는 차량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펜스를 친 보호 구역 안에는 수많은 두루미와 철새 무리들이 떼 지어 있다. 고맙게도 이곳을 지날 때는 운전기사분이 천천히 달려가 주신다. 그 끝쪽 마을 한 귀퉁이에 두루미 관찰센터가 있다. 해설사가 일본 방문객에게 친절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을 뒤로하고 2층을 거쳐 3층 옥상 전망대로 가면 광활한 평야에서 여유롭게 지내는 두루미와 이즈미의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말끔하게 포장된 농로로 나오면 먹이 활동하는 약 10여 미터 앞에서 두루미를 더욱 자세히 지켜볼 수 있다. 이를 숨죽여 지켜보는 일본인 부부와 이를 또 가만히 카메라에 담는 젊은 연인들을 보면서 그렇게 한 시간여를 보내고 막차를 타고 호텔에 체크인하면 사실 그다음부터 할 일이라곤 적막한 마을산책 정도뿐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이즈미는 그렇게 소박한 일본 시골이다.
그래서일까. 다음날 규슈올레 이즈미 코스를 걷고 가고시마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관광안내센터에서 알게 된 자전거 렌트를 통해 하루 시내를 돌아보는 등의 일정이 자연스럽게 추가되어 이 작은 도시에서 3박 4일 일정을 지내게 되었다.
전세계 흑두루미 약 90%가 월동하고 약 1만 마리 월동 두루미를 위해 200만 평의 평야를 그들에게 내어 주곤 고작 도심 속에는 두루미센터(이론), 관찰센터(실습) 정도 지어놓았다. 신칸센 역이나 센터, 지역 어디에도 담담하게 사실만을 적시해 놓았을 뿐 거창하게 ‘생태관광’이나 ‘공정여행’, ‘책임 관광’ 등이나 지역이 참여하고 지역에 관광의 이익이 돌아가는 시스템 등 담론적 이야기를 볼 수 없다. 그런 가운데 2007년 6만 명이었던 지역 인구는 5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이라면 난리 날 상황이다.
주민들은 그저 두루미와 더불어 삶을 이어갈 뿐, 펜션, 게하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이는 소수다. 두루미 월동지에는 홍보보다 그들의 평화로운 쉼터를 위한 금지 푯말만 가득하다. 은행에서 환전 과정을 통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사회는 아직 아날로그 사회이고, 세계와 연결 노드점이 적은 사회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설 수 있는 사회이니 더 큰 욕심부릴 이유가 없는 것일까?
‘속도보다 깊이’란 말이 있다. 빨리빨리와 경쟁 지향적 사고에 길들여졌는 외부 사람인 내가 보기에 ‘왜 이 좋은 자원을 살려 도시를 더 부강하게 하지 못할까?’란 생각과 동시에 그들만의 속도가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껴 인정하기로 한다.
교통
후쿠오카, 또는 가고시마에서 규슈신칸센을 통해 이즈미역 하자
가고시마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로 1시간 30분 이즈미역 하차
시내 교통은 렌터카가 없으면, 아주 가끔씩 다니는 버스를 타야 한다. 몇 코스도 없다. 이즈미역 관광안내센터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시내를 돌아볼 때 이즈 미역 관광안내센터에서 자전거 렌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숙박
이즈미에는 일반 관광객과 비즈니스 여행객을 위한 10여 개의 비즈니스호텔이 있다.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숙박할 수도 있지만 렌트하지 않는 이상 이즈미역앞 호텔에 묵는 것을 이동의 편리상 추천. 이즈미역 관광안내센터에서 확인 가능
음식
일본 제2의 닭고기 생산량을 자랑하는 이즈미이다. 이즈미 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맑은 계곡물로 재배되는 이즈미 지역 쌀은 품평이 좋은 편이다. 이 쌀밥에 계란을 풀고 이즈미 특제 간장을 뿌려 비비고, 닭 사시미와 닭고기 스테이크를 함께 하는 일명 '오야코 스테이크'가 이곳에서 밀고 있는 향토음식이다. 기타 몇 군데 소심하게 숨어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소도시라 호텔 내 레스토랑도 이곳 방문객에게 인기 있는 듯하다.
이즈미역에서 추천하는 에키벤도 한 끼로 좋다. 특히 이즈미 올레코스를 걷는 날 구입해 가면 유용할 듯하다.
주요 관광지
작은 소도시라 주요 관광지는 뻔하다. 겨울철이라면 이즈미 평야의 두루미 관찰센터 둘러보는 것은 필수이다.
한국인 여행자라면 아무래도 규슈올레 이즈미 코스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즈미 여행기 2탄 포스팅을 참고하면 좋다.
이즈미가 옛 사츠마에 속한 곳이라 이곳 무사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다. 고즈넉한 동네를 둘러보며 일본 사무라이 계급과 봉건영주들의 삶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몇 곳은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한국 규슈올레 여행자라면 이곳에 위치한 이즈미 역사관이 끝나는 지점이라 이때 자연스럽게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쇼핑
주요 관광지마다 지역특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장 다양한 곳은 이즈미역 관광안내센터 내 특산품 판매장이다.
츠타야가 있는 것도 의외이다. 그리고 그 앞 PRASSE라는 쇼핑센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