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1 - 우리를 위한 다정한 글 01
안녕하세요, 미셸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 모두 건강히 지내셨나요?
벌써 새로운 회사에 들어와 지내게 된지 6개월이나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다사다난 다이나믹한 나날들이었고, 최고로 힘들고, 최고로 재미있는 구간들이 또 모두 모여 있었어요. 브런치 글을 쓸 여력은 커녕, 브런치를 열어볼 짬도 거의 내지 못했었는데요, 최근 영화 같은 순간들, 감사한 기회들과 인연들을 만나 설레서 잠 못 이루는(?) 덕분에 다시 글을 써내려가자고 마음을 먹게 되어 그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기록으로 박제해두고자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오늘은 "함께"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설득해보는 글입니다. (좀 더 감성적인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글쓰는 이유 1편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제 작은 글이지만, 읽으시는 모든(!) 분들 마음 속에 '글쓰기 대장정'의 불을 지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ㅎㅎ (욕심쟁이입니다 훗) :)
네, 우선 두 번째 질문에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입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정제된 글쓰기 없이 6개월을 살아본 결과, 저는 '굳이 안 써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의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은 아님을 알게 되었네요. 지난 6개월, 잘 지낼 때도, 잘 못 지낼 때도 두루 섞여 있었고, 팀 내 엄청난 변동 사항들로 일반적이지 않게 매우 험난한(?) 적응 기간을 거치며 살아본 바, 어떻게든 저는 글을 써야 겠더라구요. 바쁘다는 핑계로 일기도 띄엄띄엄 쓰니 얼마나 뇌에 먼지가 끼는 것 같고, 좀이 쑤시는지...! 글쓰기가 너무나도 고팠습니다. 이렇게 뇌에 변비가 온 느낌으로, 글 안 쓰고 살다가 새로운 모임들에 나가서는 감사한 질문들도 받다 보니, 제가 그간 글쓰는 시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아주 절절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 주가 마무리 되는 아주 사랑스러운 불금인 김에, 업무도 다이나믹하나 속 시원히 마무리 한 김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며, 여러분에게도 좋은 생각 씨앗을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래요, 맑은 하늘 아래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대, 저는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그러면 어쩌다 이렇게 글쓰기를 사랑하게 되는 운명에까지 처했을까요?
저는 작년에 저를 가장 많이 성장시켜주었던 회사 퇴사를 어렵게 어렵게 결심하면서 처음으로 브런치에 '꾸준히' 제 생각을 빚어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도 간헐적으로 올리기는 했었는데, 부끄러운 일기장 낙서 같은 글들이라 제 글을 읽어 주실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고 글들을 올린 적이 많았고, 꾸준하지도 않았어요. (사실 되게 아이러니했던 건 그렇게 누가 내 일기를 보면 어떡하지? 부끄부끄하면서도 은근히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거나, 반응해주면 하루 종일 기뻐했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불규칙한 제 행태(?)를 제가 아니, 게다가 퇴사를 하면 진짜 드넓은 세상에 나 혼자 뿐이니 저랑 약속 하나는 꼭 지키자 싶었습니다. 나태해질 저를 미리 막고자, 작년 1년 간 일주일에 글 한 편은 쓴다는 제동 장치(이자 나름 나만의 시스템)를 만들었었고, 결과적으로 50편 가량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쓰기는 제게 여러 부수적인 감사한 기회들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 기회들보다 더 값진 선물은 따로 있었어요. 바로 글쓰기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한 취미 활동임을 깨닫게 된 점입니다.
50편의 글을 쓰면서 부수적인 기회들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부수입이나 부캐 활동) 에 관심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이 글쓰기들 덕분에 다양한 기회들 제안도 받았어요. 동경하던 외국계 기업 면접, 스타트업 면접 기회부터, 프리랜싱 기회, 강연 콘텐츠 제작 기회, 신규 스타트업 팟캐스트 제작 기회, 네이티브 마케팅 콘텐츠 기획 및 유료 발행 기회 등등... 인생 말년에는 글과 말로 돈을 벌며 살고 싶다는 꿈이 있을 정도로, 글쓰기와 말하기는 좋아했기에, 제가 좋아하는 글들로 소소한 부수입을 얻어나간다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었죠. 풀어지는 저를 다 잡으면서도, '누군가'라는 독자들이 재밌어할 만한 글을 쓰자고 시작한 일주일에 한 편 글쓰기가 은혜갚는 제비처럼 가져다주는 기회였으니까요. (물론 본업을 앞지르거나 이 부업들만으로 생계를 안정화하기에는 아직 귀여운 수준이었기에 저는 본업을 위한 공부도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가적인 기회들이 저를 계속 타이핑하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글을 쓰는 것 자체와 그 부족한 글들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몇몇분들이 계시는 것 자체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보상이었던 거죠. 돈이 되지 않더라도, 기회가 꾸준히 생기지 않더라도, 처음에는 글쓸 소재 자체가 없는 것 같았더라도, 매주 같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다시 앉다 보니 글쓸 소재가 생겼고, 써내려가다 보니 뭘 더 쓰면 좋겠다, 뭘 더 알려주면, 뭘 더 정리하면 좋지 않을까 더 메모하게 되었고, 쓰고 메모하고 나누는 행위 그 자체가 너무 좋은 복합적인 구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적인 허영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20살이 되면서 스스로와 한 약속 중에 수입의 10프로는 매번 기부하자는 약속이 있었는데, 살다 보니 그 기부 약속을 지키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신 뭐라도 봉사 활동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행위이면서도 이타적인 게 뭐가 있을까 했을 때 글쓰기도 떠올라서, 남모르게 봉사한다고까지 의미 부여를 하다 보니, 더 글쓰기가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내적 동기'는 예상 외로 어떤 행위를 반복하기 위해서 무척이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람이 행동을 하는 데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외적 동기'는 말 그대로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이에요. 돈이나 명예, 권력 등 외부에서 주어지는 인정이나 보상이고, '내적 동기'는 즐거움, 뿌듯함, 성취감 등 우리 내면에서 순수하게 우러나오는 기쁨들이죠. 그리고 이 '내적 동기'의 힘은 엄청납니다.
저도 돌이켜 보면, 저는 이 '내적 동기'가 무척이나 강했던 사람 같아요. 주변에서 '너는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사냐'라고 물어봤을 때, 저는 말도 안 되어 보이는 문제들을 치열하게 해결해 나가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았고,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함께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느낌들이 무척 좋았어요. 반대로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했을 때 번번히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이 '외적 동기'는 잠깐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내적 동기'가 원래 강했던 사람들에게도 '외적 동기'를 전달해줘 버린다면, 원래의 그 '내적 동기'도 희미해져 버린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예; 어느 집앞에서 즐겁게 놀던 아이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가 돈을 간간히 쥐어 주었었다는데, 어느 날 주지 않으니 아이들은 원래 놀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나중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요. 비슷한 원리로 돈이 되지 않는 행위더라도 즐거워하며 진행하다가도 (예를 들면 영상 편집, 창작 등..), 그 행위 자체를 돈과 직결시켜 버리면 원래 즐거움보다는 부담이나 버거움이 먼저 다가오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글쓰기를 지속하면, 명상을 할 때 활성화 되는 뇌의 부분이 똑같이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 된다고 해요. 제 기분 뿐만이 아니라, 뇌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우리에게도 글쓰기가 좋다는 증거가 있었다니 우리가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50편 대장정이 50편 대장정이 될 줄 몰랐던 처음에는 소재가 막막하고, 꾸준히 쓰는 것도 어려웠고, 바빠지면 무한정 미루고 싶었지만,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는 글쓰는 타이밍이 너무나도 기다려졌었습니다. 그냥 가만가만 오랜 시간 앉아서 타이핑하는 게 너무나도 좋았거든요. 그리고 이런 순수한 좋아함, 글쓰기 자체, 몰입 그 자체가 보상이었기에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매주 글쓰기가 가능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요새는 정말 기적처럼 이 꾸준한 글쓰기가 제게 다시 가져다 주는 열매들도 또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열매들이 '외적 동기'로 이어지지 않는 건, 제가 어려서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작가'였기 때문이고, 본업 활동이 왕성한 2,3,40대를 다 지나고 더 나이 들어서 꼭 하고 싶은 일 역시 '작가'였기 때문 같아요.
연초에 감사하게도 제 브런치 매거진을 보고 연락을 주셨던 전자책 출판 스타트업이 있었어요. 브런치 작가 수상에 두 번이나 또옥 떨어진 삼수생(?) 매거진을 보고 전자책으로 엮어주시겠다니, 너무나도 기뻤죠. 그리고 플랫폼 개선 및 개발로 우선 무료로 엮어 배포해주신다셔서 저는 제 책이 세상에 생기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했어요. 해서 제 인터뷰 여정에 참여해주셨던 분들과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감사한 분들께는 제 사비를 조금 들여서라도 소책자로 제작해 선물 드리고 싶어서, 아주 소량으로 딱 100부만 소책자 인쇄 부탁을 드려도 가능할지 문의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그 다음에 줌미팅이 잡혔고 더 놀라운 소식을 들은 거에요. 유료 전자책으로 전자책 유통 서점과 밀리의 서재에도 제 책을 유통해주실 수 있다는 정말 감사한 제안을 주신 거죠. 그렇게 되면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세상과 연결 되게 되는 엄청난 일(?)이 될 테고, 정말 마음 설레는 일이지만 과연 회사 일과 제 개인적인 삶과 책 출간 후 활동들을 병행을 할 수 있을지도 싶어서 무척 고민이 되었는데요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고, 최악도 늘 고려해야 하니요),
우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다시 삶이 제게 주는 기회들에 예스를 해보려 하되, 이번 주말은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전자책 관련 고민을 정리하고, 제가 제 책에 담아내고 싶었던 의미를 듬뿍 담은 디자인을 정리하고, 인터뷰이분들께도 오랜만에 연락 드리며 원고 방향 정비를 다시 해나가고자 합니다. (회사 일로 인한 공부도 계속 해야 되어서, 시간 조율이 관건이겠다 싶지만요)
그리고 저는 회사 일로 마음이 다소 퍽퍽해지던 때에, 이미 이런 글쓰기 자체가 선물임에도, 글쓰기로 인한 부수적인 좋은 기회까지 얻으니 더 감사할 수 밖에 없겠다 싶고, 이 감사와 기쁨을 나누고자 글로 다시 적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글쓰기 자체를 삶의 원동력 삼아 올해 말까지의 목표와 계획들을 차근차근 다져가보아야 겠습니다.
사실 요새 양 갈래 길에서 다시 고민이 많았거든요.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 제 정체성이 너무나도 좋아서 좀 더 먼 미래에 창업을 하는 건 변함이 없을 텐데 그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행복한 가족을 꾸릴 생각을 하면, 요새 업무들도 참 고민이었어요. 지금 당장은 성장만을 향해 뜀박질하며, 전투적으로 업무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저한테 '가족'과 '소중한 관계들과의 행복'은 지금껏 열심히 쌓아온 커리어의 근원이 되는 더 크고도 소중한 꿈이자 가치라서요. 그래서 조금 먼 미래의 꿈이었지만 마음 깊이는 가장 갈망했던 글쓰기를 다시 앞당겨 오며, 제가 미래에 꾸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여력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원래 연초에 작성했었던 전투적인(?) 커리어 글들보다 앞으로는 좀 더 다정한 글들을 섞어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재테크, 경제, 자기 계발 등은 원하는 분들은 너무나도 잘 찾아서 하고 계시기도 한데, 요새 업무하고 회사 다니면서 느끼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질 수 있는 경제 상황과 각박해질 수 있는 미래에 다정한 말들과 서로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마음 가짐들이 사실 가장 필요하지 않나 싶었기도 해서이고, 실제로 그렇게 소소하게 실천하다 보니 너무 즐겁고 따숩기도 해서입니다. 아무튼...)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그래서.. 함께 글을 씁시다!입니다!
저 이외에도 이렇게 순수하게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많아져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좀 설득 되셨나요? ㅎㅎㅎ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주말 시작 되세요.
PS : 요새 제가 정말 자주 듣는 노래도 추천입니다. 아주 설레요! 저는 글 쓰기를 다시 시작할 건데, 여러분도 뭔가 시작하고 싶으신 게 있나요? (혹은 이 노래를 들으며 새로 시작하고 싶어지지는 않나요? ㅎ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hWYM5QEt0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