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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셸 Michelle Jun 13. 2024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쌩 고생한 날 밤 썰 02

2024.06.12 - 나홀로 일본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들 02

"어떤 멍텅구리가 일본 갈 때

돼지코 (변압기) 를 두고 가냐?"를

물으신다면,


정답은 바로 '나'였다.


근데도 그 멍텅구리는 일본 공항에 착륙할 때,

자기가 돼지코를 잘 들고 왔다고 생각한 더 심각한 상태였다.


유일하게 나은 건 좀 나아진 마음뿐이었는데,

한국에서 들고 날아온 번뇌들로 마음이 좀 착잡은 하지만,


그래도 비가 보슬보슬 내려도

비행기도 일본 땅에 잘 내렸으므로

대체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 셀카들도 찍었다..

(제발...! 누가 이 때의 저 좀 말려주세요!...)



그리고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

- 유일하게 까먹지 않은?! - 은

번잡한 마음들을 풀어내는 글을 쓰는 것이었으므로....


나에게는 엄중한 용무가 있었다.


아직 비행기가 완전히 착륙하기 전에는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서

양손 검지 손가락을 핸드폰 화면에 대고

도도도 움직였다.



"회사 일과 앞으로 내 삶의 방향성은?

일과 연애와 삶의 밸런싱은 어떻게 할까?

요즘 나는 무엇이 가장 두려운가?

…“



마음에 떠오르는 글감들과 이번 여행에 꼭 결단을 내고 가자-했던 질문들 4~5개를 써내려 갔다.



밧데리 -- 58 % --



'깔깔깔...'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웃음 소리였다.


나는 이렇게 심각한데, 내 옆자리에는 대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추정되는 어린 커플이 깨를 볶았다..


그리고 심지어 손을 들고 일본에 내리기 전부터 비행기에서 면세품을 주문했다.



'더러운 세상(?)'...


그렇게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해져 있자..



'저기요... 혹시 이거 드실래요?'


라고 그 해맑은 커플 중 여자 분이

나에게 면세품으로 산 과자를 건네는 것이었다.


..?


칸초였다...?!



...


ㅎㅎㅎㅎ괜,,찮습니다... ;;;




면세품으로 칸초도 살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나는.... 애써 외롭지도 않고, 그닥 관심도 없는 것처럼 거절했다. (ㅠ,,ㅠ)


그리고 온 집중력을 다 해 나리타 공항 와이파이를 잡아 출입국 신고서를 - Visit Japan Web | Digital Agency Services (웹으로도 작성 가능) - 작성했다.




-- 밧데리 52 % --




'흥, 혼자 여행 오면 입국 신고서를 이렇게

다른 나라 땅에 도착해서 작성할 수도 있다구 (?)'


라며 뿌듯함 (?) 반,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비장함 반 (?) 으로 짐을 챙겼다.




-- 밧데리 46 % --




비록 핸드폰 밧데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다음 일정은 아주 심플해서 별 문제 없을 것이다.




이젠 비행기에서 내려

출입국 심사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5개 일정만 실행하면 된다.



1) 바로 한국에서 밤 늦게까지 알아본

e-sim 으로 유심칩을 갈아 끼우고

-대만에서 해봤으니 어렵지 않을 터,


2)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께 잘 도착했다고

연락 드리고 -너무 늦지는 않는 게 예의일 터,


3) 에어비앤비에 체크인 하기 전에

도쿄 시내에서 시원한 라멘을 한 그릇 때리고

- 물론 아직 어디서 먹을지는 ... 차차 정하면 될 터,


4) 그렇게 체크 인하고

- 혹시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면 될 터 ...


5) 그리고 저녁 시간 내내는

나머지 3박 4일의 갈 곳과

동선을 짜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계획 ... !




그리고 이렇게나 심플하고 아름다운 계획은

(1)단계 e-sim 칩에서부터 처절하게 이탈했다.




우선 e-sim 칩은 여행 앱 '마이리얼트립‘에서

구매했는데, 바우처 등록 단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설마 와이파이 신호가 약한 건가? 싶어서

출입국 심사대에서부터, 공항 수하물 탐색대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계속 다시 칩 연결을 했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오류 메시지만 계속해서 떴다.



ㅠㅠㅠ



설마 e-sim 칩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까?

근데 그런지 아닌지 알아보려고 해도,


칩의 판매 센터 업무 시간이어야 하는데

이미 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7시가 다 된 저녁이었다.




'망했다..'




연락을 받을 고객 센터 인원이

남아 있을 리 없는 시간이었고,


앱은 친절하고도 해맑았다.


'질문을 남겨주시면

내일 영업 시간 시작 되자마자

순차적으로 회신 드리겠습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 ;;


아니요,, 제가 그 때까지

공항의 노숙자가 될 수는 없는데요,,




-- 밧데리 36% --




아니 설마,

근데 정말 이 타국에서 인터넷을 못 쓴다고?

아직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만약 정말 안 되는 거면,

나리타 공항 '미아 보호소 (?)'에라도 가야 하나?


어른도 받아주는 '미아 보호소'가 있나?


아니지, 일단 나리타 공항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내가 또 할 수 있는 게 있나 찾아 보자....




그렇게 해서 번뜩 머리를 스친 생각은,

설마 내가 지금까지 폰에서 e-sim 칩의

일련 번호를 입력하고 있어서 안 되는 건가? 였다.


그럼 모바일 안 사진에 나와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법도 시도해 볼 수는 있는 방법인데,

문제는 내 폰은 한 개였다.


QR 코드는 폰 안에 있는데,

그걸 무슨 수로 같은 폰으로 스캔한담...?


다시 어른들을 위한 미아 보호소를

먼저 찾아야 하던가...?



아, 내가 글 쓴다고 아이패드를 가져왔지!


그렇게 애써 침착하며,

수하물 수색대에서 찾은 가방을 열어,

진짜 이번이 마지막 시도다-라고 생각하며

아이패드를 꺼내 QR 코드를 띄웠다.


그리고 폰으로 QR 코드를 스캔!



와 ....



드디어 e-sim 칩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거 원, 혼자 폰 하나만 여행 온 사람이거나,

아이패드나 노트북이 없는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생각하며,

주루룩 폰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한국 기업들의 광고 문자 메시지와

push 알림들을 반갑게 읽었다.




-- 밧데리 30% --




이젠 잘 도착했다고 연락 드려야지..

그렇게 에어비앤비 호스트 분께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놓고,


아마 9시 반 쯤 도착할 것 같다고 말씀 드리니,

비가 오면 역까지 데릴러 와주신다는

친절한 답장이 돌아왔다.



e-sim 의 깜빡임 통에 조금 진이 빠지니,

비도 오는데, 라멘은 건너 뛸까?

그래도 도심에서 저녁은

먹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스토리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비가 오니 역까지 친절히 데리러 와주시겠다고

호스트 분께서 말씀 해주셨는데

폰 밧데리는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라는 배은망덕한 자는 쪼그라 드는 마음으로,

구글 맵을 켜고 세부적인 검색들을 시작했지만,

급속도로 줄어드는 밧데리를 보며

감히 답장을 하지도 못했다. ㅋㅋㅋ




게다가 공항에서

도쿄 도심으로 가는

고속 철도 표를 2개나 놓쳤다... ????



우선 도쿄에서 교통 카드는 아무 데서나 팔지 않았다.

이 날따라 나리타 공항 자판기에서 파는

도쿄 교통 카드는 매진이었다.


에이.. 그럼 고속 철도부터 타고

직접 도심에 가서 교통 카드를 사면 되겠지-해서

서둘러 고속 철도 표를 샀고,



고속 철도 표를 샀으나 놓침 ;



어눌한 일본어와 애써 짓는 미소로

열차 입구까지는 어떻게 찾아는 갔는데,


막상 열차 입구에서 뭔가 기운이 이상해서 보니,

일본은 대표적인 교통 카드 2 종류도

도쿄 시내에서도 정해진 역에서만 파는 것이었다. (!?)



그리고 내가 경유할 역은,

그 교통 카드를 파는 역도 아니었다...




--밧데리 18 % --




와, 내가 이거 검색 안 해봤으면, 또 어쩔 뻔 했담?

정말 강제로 도쿄 도심에서 노숙하는

국제 노숙자는 피했으니 천만 다행.….



그래서 어떻게든 공항에서 교통 카드를 사자고,

다시 열차 역사 쪽으로 가서

어눌한 일본어로 문의를 했다.



역무원님은 여행객 안내소를 가르쳐 줬고

여행객 안내소에서만 교통 카드를 판다고 했다.



대충 눈 대중으로만 봐도 50명도 넘게 줄서 있었고,

줄을 30분 넘게 서서, 결국 고속 철도를 2대나 놓쳤다.


근데 또 줄 선 와중에 앞에 선 유럽 할아버지가

일본 교통 카드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그 새 알아본 정보로 마치 전문가처럼 답변 드렸다.


정작 아직 교통 카드 사지도 못했는데 ;



겨우 어떻게 마련한 교통 카드,,



그래도 그나마 정말 운 좋고 감사했던 건,

두 번 다 창구에 가서 고속 열차를 놓쳤다고 했을 때,

2번 다 표를 공짜로 바꿔주신 친절함이었다.ㅠㅠ



그리고 그 2장의 표를 바꿀 동안 정말 두근두근했다.


처음 공짜로 좌석을 바꿔주신 역무원 분께서,

'1번만 바꿔 줄게요'-라고 친절히 말씀주셨는데,


또 그 분께 가서 표를 다시 산다고 하면 ...



이 한국인 여성 분은 미친 사람인가?라고

생각하시고 다시는 표를 사지도 못할 것 같아서,


두 번 째에는 그 옆 자리 역무원 분께 가서

줄을 섰다. ㅋㅋㅋㅋㅋ (ㅠ ㅠ)



— 밧데리 12% —



그리고 그 분께서도 너무나도 친절하게

공짜로 바꿔 주셔서 진짜 너무 감사했다.



이때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을 장착하며

생각이 번쩍 들었는데,


진짜 이러다 고속 철도 비용으로 파산하는

여행객 되지 않아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지?

이런 융통성 있는 서비스 정신은

정말 본받아야 된다라는 생각이었다.



암튼 각설하고,

그렇게 비행기 연착과

교통 카드와 고속 철도로 생고생을 하다가,


고속 철도 안에서 결국 내 폰 밧데리는 수명을 다 했고,나는 역 갯수와 이름을 외워야만 했다 ... ㅋㅋㅋ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갯수들을 까먹었다.


비도 오는데 내가 잠 자야 하는 곳은

도쿄 도심 유명한 역도 아니고,

2번이나 갈아타야 되었던 곳이었다.


게다사 도쿄는 철도가 무려 4종류였다..?!

(일반/급행/세미급행/초급행?)

숫자가 중한 게 아니고 정신을 똑띠 차리는 게 중했다.


이걸 몰랐으니 나 참...




마, 이게 도쿄와 도쿄 도심의 거대한 크기다



어떤 건 신유리가오카역을 안 가는 것 같고,

일본어는 못 알아먹겠고, 잠시 머리가 아팠으나

내가 가진 건 미소와 용기 뿐이라고,


숫자는 잊어 버리고,

역사마다 안내원분들께 묻는 전략으로 전략을 바꾸어,


어찌저찌 도심 속 경유 역까지는 잘 도착했다.



그리고 감탄한 건 일본 열차들은

급행이나 다른 속도로 갈아탈 때,

문 앞에 내리면 바로 건너편에서

그 다음 열차를 타면 되는,

아주 편리한 이동 동선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최종 역까지는 다 와 갔는데

일단 나는 밧데리가 없고, 비도 오고,

연락은 해야 되고.. 어쩐담?



간이 쪼그라들다가

바로 최종 역 직전 역 쯤에서 얼굴에 철판 깔고

옆에 앉아 계신 일본 젊은 여자 분께

폰 좀 빌려 달라고 소통을 시도 하려했다.



그것도 누가 봐도 세상에서 가장 수상한 접근으로..




와,,타시와 칸코꾸진데스가,,

(저는 한국인입니다만..??? 어쩌라고)




그래서 대차게 까이고,

결국 역 출구 위까지 올라가서 역무원분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10대 소녀 분께

다시 대화를 시도했다. (불굴!)


물론 이때까지 일본어가 말이 안 나와서

영어와 손발짓을 섞었음..



그러자 그 천사 소녀는

에어비앤비 앱을 깔아주려고

친절하게 시도해주셨는데,

문제는 일본어로 범벅이 된

에어비앤비 앱으로는 결국 내가 확인도 어렵고

나도 내 에어비앤비 로긴 정보도 까먹어서 (환장,,)



다행히 글 쓴다고 가져간 아이패드 테더링으로

에어비앤비 주인 분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역사에서도 충전 안 해준다고 했는데,

기꺼이 도움 주려고 했던 일본 소녀분..


고마워서 단백질 바라도 줬는데

(돼지코는 두고올 거면서 대체 이건 왜 가져간 건지….

이땐 다행히 유용하게 쓰임)




암튼 이 지면을 빌어

다시금 온 우주의 기운이 이 소녀에게

커다란 행운을 가져다 주길 빈다..



아무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무슨 나리타 공항에서 숙소까지

무려 5시간 넘게 걸려서 갔고, ...


(난 절대 일본에서 길을 잃은 게 아니고,

어디 일본 시골로 간 것도 아니지만.)




다행히 그 비 보슬보슬 오는 야밤에

차 태워 주시고 짐도 다 옮겨 주신

에어비앤비 숙소분들 덕분에..



몸과 맘에 모두 폭풍이 쳤던

일본 첫 날 밤이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폭풍 다음 날 양명할 때 보니 이렇게나 예쁜 곳이었다. 물론 전 날은 알아볼 정신도 없었지만…


이 구성도, 호스트 분도 멋진 곳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가보시라 - 하와이에서 10년 넘게

호스트를 하셨던 분이라 영어도 잘 하신다 -

https://www.airbnb.co.kr/rooms/1097460724822315815?viralityEntryPoint=1&s=76




그리고 그래도 안심은 못 했는데,

돼지코를 반대 전압으로 (220v > 110v 이 아닌

110v > 220v) 들고 간 걸 그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하하하!


역시 나란 말이지…



그래서 이제 밧데리가 남은 녀석은 아이패드 뿐이었고 검색해보니 그나마 다이소에서 충전 단지를 사는 게 변압기보다 싸다는 덧글을 발견했고,



세상에서 또 가장 친절하신 호스트 분이

집 근처에 다이소가 있고 어떻게 가는지까지

알려주셨다.




정말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짜내려간

5단계 까지 심플한 계획 중

제대로 실행 된 계획은 1개도 없는 첫날 밤이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뿌듯하고

생각보다 묘한 자신감이 차오르는 밤이었다.




멍텅구리로 시작한 스스로 덕분에

갖은 고생을 사서 한 하루였지만,

너무나도 친절하신 호스트 분을 알아보고

숙소 하나는 기가 막힌 곳을 와서 감사했고,


겁도 없이 까먹었던 일본어 감도 이제야 다시

되새기고 있지만 그래도 요 며칠 간 다시

생존형으로 보고 듣고 말하면 살아나지

않을까 근자감이 차올랐고,


아직 돼지코는 없었지만

글 쓴다고 아이패드를 같이 들고는 왔기에

폰이 아니라도 검색은 할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 무식한데 용감하지만

그래도 준비성이 이상한 데서 도움된 게 다행이었고,


아직까지 만나 뵌 일본 분들이

간혹 까칠한 분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너무나도 친절하신 게 감사했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런 게 성장통인 걸까


답도 없는 질문들이지만

가만가만 적당히 설레는 긍정 에너지가 차올랐다.



게다가 이 많은 에피소드를 하루만에 겪다니!?

어떤 난관도 정신 차리고 뽀시면서 나아오다니..

나 완전 럭키-비키 잖아 (?!) ㅎㅎㅎ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 날은

갖은 고생 속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교훈과

웃으면서 헤쳐나가면 결국 된다는 교훈,

앞으로 변압기/교통/밧데리/이동 지역은 꼭

꼼꼼히 알아보고 가자 라는 현실적인 교훈 등..을

크게 깨우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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