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질풍노도
한바탕 소란이 났다. 내가 그렇게 설계하고도 아빠는 아이들에게 항상 ‘파라다이스’인 게 불만일 때도 있었다. 나만 악역이고, 체크해서 재촉해야 하는게.그런 아빠가 어제는 뿔났다.
시무룩하게 학원을 마치고 차에 탄다. 수업 잘 받았어? 묻는 나에게
“힘들어” 이게 아들의 답이었다. 뭔가 불길하다.
딸 학원에서 픽업해서 아들과 함께 태워서 집으로 오늘 길에 아들의 시무룩이 난 직감으로 불안했는지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시시콜콜 차 안의 풍경을.
집에 도착해서도 침대에 누워 뭔가 초점 없는 눈빛에 쓰러져 있는 아들에게 말을 건넨다.
공부를 해도 똑같다고 한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뭐가 진전이 없어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시험이 불안하다고..
사실 이제 그 한계 지점에 도달한 거 같다. 그간에 사실 노력이라기보다는 성실함과 암기력으로 크게 노력 안 하고 어느 정도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왔다. 그래서 우리도 크게 그 패턴에 자유를 주었다. 아니 알아서 잘할 거라 생각하고 바삐 살았다.
그런데 이제 그 노력이 있어야 본인이 정해진 시험 범위를 다 한 번씩 볼 수 있고, 그간에 본인이 맞아 온 점수가 있으니 할 건 많고 시간은 점점 줄어드니 불안이 많아지고 있는 거 같다.
자존심은 상하는데 공부한 걸 양적으로 쌓지 못해서 이제 축적이 필요하지 순간 순발력으로는 양이 못 미치는 거다. 학원은 왔다 갔다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무기력 해 버릴까 봐 두렵다.
남편은 그런 아들을 향해 ‘팩트 폭격’을 날렸다.
그냥 지금 밖에 나가면 ㅡ어떤지? 어른의 시각에서 날 것으로 아이에게 다 쏟아냈다. 몇 번 없는 일이다.
결핍이 없게 키운 엄마, 아빠의 잘못이다. 라는 말도
다시 난 내 탓으로 느껴진다. 일하는 엄마로 아이와 함께 여행 한번 제대로 못해주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 밖으로의 통로가 온라인 말고, 마음을 배설할 통로가 없는 거 같다. 안타까워 보인다. 위태로워 보인다. 어디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재미가 없어 보인다.
분명 잠재력이 있는 아이인데, 나라는 부모가 그걸 잘 끌어내고 이어주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느낌이다.
다 고슴도치 맘이겠지만..
새벽에 출장을 오기 전 A4 2 바닥을 빼곡히 채워서 편지를 써놓고 왔다. 엄마는 글이 편해서, 잠든 네 곁에서.. 그리고 힘겹게 아침을 시작할 네가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