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얻은 지혜
아들과 나의 공통점 하나는 ‘책 읽기’ 아니 나는 책 수집가 정도이고, 아들은 속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거 같다.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인 중학교 1학년 수행평가로 독서 감상문을 쓰는 것이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정이었다.
난 언어능력이 잘 갖춰지지 않고 다른 학습 능력이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학원도 소설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학원에 고집스럽게 보냈었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은 아끼지 않고 주문해 주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영어수업은 내가 배우던 그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문법을 한국어로, 내가 배우던 시절에 하던 대로 ‘To 부정사’ 용법, ‘시제’ 이런 형태로 배워야만 학교나 학원 수업을 따라가고 잘할 수 있는 이런 현실일 줄은 몰랐다. 본문을 외우고 거기서 시작하는 공부가 정말 사고력을 키우고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인 건가? 그런 의문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식 문법 용어 자체를 모르는 아이는 내신 대비 학원에 가서도 단어를 100개씩 외우고 시험 보고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학교 내신 성적도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또 필요하니까 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학원에서 단어와 대신 준비를 그 방식으로 하다가는.. 영어에 흥미를 잃을 것 만 같아서... 그래서 1~2명 있는 허름한 보습학원에 아이의 수준에 맞게 문법 용어부터 가르쳐 달라고 보냈다. 주니어 토플 기본 단계 시험도 보고~ 해봤는데..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긴 해서 그간에 입시 중심의 학원에 보내지 않았던 것이 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혼자 위안을 삼아 보지만, 지금은 한국에선 대형학원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말고사를 끝으로.. 영어 원서를 통해 알게 된 단어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문장에서 활용해서 글쓰기를 해보고, 그 책에서 알게 된 것을 ‘TOPIC’으로 essay를 쓰는 이런 방식의 학원에 계속 보내고 싶었지만, 나 역시 타협하고 말았으니.. 프랑스인 선생님과 집에서 요리도 만들고, Ted 강의도 듣고, 중고 서점도 다니던 5학년 1년이 헛되지 않았길 바라보지만.. 참 한국에서 영어교육, 참 철학 가지고 하기가 어렵기만 하구나!!
요즘 강남에선 ‘TEPS’를 하라고 한다던데.. 수능 잘보려면..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일까? 문법과 어휘가 당연히 중요한 기본이지만, 그것을 학습하는 방식은 지금의 대형학원의 내신반만 다녀본 경험으로는 참 아쉽다는 생각이 여전히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다. 제발 공부 방법은, 교수법은 바뀌었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책 읽기의 큰 산을 또 한 번 넘게 해 준 책은 ‘사피엔스’였다. 중1 권장도서 중에 집에 책이 있는 게 사피엔스여서 추천한 것인데, 이걸로 수행평가까지 하게 될 줄이야. 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어서 나도 사놓고 완독 하지 못했던 책이다. 중1에게도 이해되는 책인가? 나도 아직 모른다. 그런데 본인이 이 책을 완독 하곤 스스로 너무 뿌듯해해서 이런 게 ‘자기 효능감’인 거 같아서~ 나도 대견해 보였다.
중2 아들은 내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더 자기를 잘 알고 있고, 자신이 겁이 많고 불안하고, 자꾸 소심 해지는 걸 단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그걸 뛰어넘을 수 있을까를 본인도 항상 책 속에서 찾고, 고민하고 있어 보인다.
내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를 온전하게 정당한 요구도 받아주지 못한 게 아닐까? 아이가 스스로 감당하고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주지 못한 게 아닐까?
엄마가 밝고 명랑해야 하는데 힘든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준 게 짐이 되진 않았을까? 아이들 때문에 힘들었던 것보다 나 스스로 힘겨운, 체력적으로 힘겨워서 집에 오면 항상 지쳐있던 모습이 많았던 거 같다. 너무 내 생각만 한 게 아닐까?
난 부모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여전히 끝없는 고민이다. 나 역시 두려움이 많고, 사실 정말 나서기 싫어하는 성향의 사람이 사회에 나가면서 상당 부분 사회화되었다. 그전까지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크게 자신 없어하던 사람이었고.. 책으로, 글로 소통하는 것이 더 편했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조금 더 빨리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좀 더 많은 시도를 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뒤돌아보면..
“변화하는 혁신의 시대 열정의 칼자루를 가슴에 꽂아라. 자신만의 칼자루를 왜 가슴에 꽂고 가야 하는지, 곧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이 책에서 뽑은 인상 깊은 구절이라는데 너무 맘에 든다.
몰래 독후감을 꺼내 읽고 사진에 담아뒀다.
나에게도 너무 해당되는 말이네~
소극적이었던, 우리가 이젠 열정의 칼자루를 꽂고 갈 수 있을까? 소극적이라기보다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더 맞으려나? 함께 가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