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대통령 안되길 빌어라~!”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났는데, 농담 섞인 말투로 건넨 마지막 인사였다. 마침 트럼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뱉은 막말과 특이한 말투 때문에 재미를 보고 있던지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최근에 이런 조언?을많이 받았다는 것이 떠오르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궁금해졌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정세를 비추어봤을 때 가능성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세상만사 새옹지마. 혹시 모를 트럼프 정부가 한국 유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알아보자.
몇몇 사람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이민자처럼 유학생들도 쫓겨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벽을 세우겠다는 공략과 무슬림을 추방하겠다고 공중파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들은 사람에게는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의회의 합의를 얻어내야만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미국 정치 시스템 때문에 이런 극단적이 정책이 실현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기적적으로 실현되더라도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정책의 주된 타겟층은 불법체류자이므로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오는 대부분 유학생들은 해당사항이 없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현실적으로 유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유학 시 필요한 학생비자 발급 심사를 더 까다롭게 만들거나, 유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 현지에서 취직하거나 영주권을 획득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유학생들이 신청할 수 있는 비자는 크게 F비자와 J 비자가 있다. 이 중 F비자를 소지한 학생은 미국에서 일할 수 없기에 (OPT 발급 제외) 트럼프 입장에서는$$$을 미국에 가져다주는 잘해줘야 하는 고객님들이다. 반면에 J 비자를 발급받은 학생들은 일을 할 수 있다. 시카고 트리뷴에 의하면 작년 약 300,000명이 J-1 비자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 단기이고 최저임금도 못 받을 때가 많지만, 고용시장을 개선하겠다는 트럼프에게는 이런 일자리도 아쉬운 처지다.
학생비자의 종류에 상관없이 종교에 따라 발급 심사가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과격 단체 및 종교에 대한 이민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한국 유학생 중 그 기준을 충족한 분들은 불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특성상 극소수가 아닐까…)
가장 크게 영향받을 유학생들은 아무래도 미국 현지에서 짧게나마 일하고 싶은 분들 일 것이다. 결국에는 자국민들의 일자를 창출이라는 키워드로 회귀하는데, 트럼프는 흔히 미국인들의 약점이라고 지적되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에서 조차 무직인 자국민이 넘쳐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트런프가 당선된다면 STEM만을 위한 장기간 OPT나 H-1b비자의 발급에 추가적인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트럼프로서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자국 교육사업 및 소비시장을 넓히기 위해 돈을 소비하는 F 비자 유학생을 초대하기 위해 과학 및 수학분야에 뛰어난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졸업 후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지 않기 위해 졸업생들은 필요 없다고 하는…
설상가상으로 힐러리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폐쇄적인 이민정책의 큰 기류는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당선과 상관없이 외국에서 일하고 싶은 유학생들은 처음부터 미국 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다양한 옵션들도 고려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유학생이 미국 전체 유학생 중 약 8%를 차지하는데, 이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유학생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대선의 결과에 많은 유학생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