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까지만 해도 필자가 쓴 트럼프 정부가 가져올 미국 취업비자 변화에 관한 글은, 엄청난 쓸모없는 삽질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SwingState들을 모두 승리하고, 어느새 왕좌에 올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뉴스를 터트리고 있다. 사실 필자는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잠들었지만, 다음날 트럼프 관련 글의 폭발적인 클릭 수를 보며 누가 승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필자는 미국에서의 취직을 목표로 왔기에 반이민자 정책을 필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가 당선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렇게 된 이상 최악을 대비하는 수밖에…
아직 법안이 확정된 것은 없기에 들리는 소문들을 정리해보자. 트럼프는 현재 자기가 공략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을 하나씩 시행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이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정책들을, 예를 들면 7개국을 겨냥한 여행 제한, 거침없이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미국 취업비자 개혁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하는데,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것은 H1b비자 시스템 개혁이다.
H1b는 추천 시스템을 통해 매년 약 65,000명을 추첨해 3년간 미국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비자다. 주로 자국민들의 노동력 공급이 부족한 수학/과학 인재를 이 제도를 통해 끌어오는데, 현재는 H1b 비자를 가지고 있는 직원의 최소 연봉은 6천만 원 선이다. 한 공화당 의원은 이 최저 연봉을 1억 원 수준으로 높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는 정말 뛰어난 외국인이 아니라면 미국인을 먼저 고용하게 만들려는 정책. 참고로 아무리 MBA를 졸업한다고 해도 기본급이 1억 원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타 인문 전공들은 두말하면 잔소리.
또한, master’s degreeexemption라는 제도를 통해 미국 학교에서 석사를 취득한 학생들에게 추가로 20,000명에게 H1b를 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것 또한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필자처럼 이과 쪽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인문학 배경인데도 불구하고 이공계 쪽 석사를 노리고 계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권장하고 싶다.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이 다른 인문학 전공보다 유리한 것이 있다면 OPT STEM extension 일 것이다. (물론 지원하는 직장의 경쟁자들이 대부분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OPT는 학생비자 F-1을 가지고 있으면 전공 관련 업무를 최대 1년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일반 인문학 전공은 1년 STEM 전공은 오바마 정부 때 정책으로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인문학 학생들은 H1b 지원해서 떨어지면 나라에서 쫓겨나는 반면, 이공계 학생들은 OPT로 계속 일하면서 다음 해 추첨을 노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암울한 것이 있다면, 이 OPT제도가 H1b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쉽다는 것이다. 미국 취업비자 정책 변화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반면 OPT는 현재도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고 있는 executiveorder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트럼프의 한마디에 어느 날 일어나 보니 이 나라를 떠야 하는 방랑자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더 이상 STEM도 안전지대라고 생각할 수 없다.
요즘 취업시장을 보면 대부분 Unlimited WorkAuthorization을 지원자격으로 넣은 회사들이 많이 늘었다. 즉, 외국인은 고려조차 안 하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4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필자처럼 미국에서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석사를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