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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여 Aug 05. 2024

발표가 불러온 감정의 롤러코스터

평소 발표를 조리 있게 잘하는 능력에 동경심이 큰 나는 전체 팀 앞에서 발표 기회가 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나는 발표를 잘하고 싶다 → 귀에 쏙쏙 들어오는 요점과 유머가 적절하게 섞인 지루하지 않은 발표를 하고 싶다.

내 진행이 내가 바라는 만큼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 스크립트를 써서 보조하자.

난 이 작업이 자랑스럽다 → 그 점을 알리자.

내가 듣기에 내 영어는 음절이 너무 뚝뚝 끊긴다 → 그렇지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의사 전달이 제대로 되는 게 제일 중요. 한국어 억양은 나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자.


지난주 금요일, 전체 팀 앞에서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의 작업 발표 기회가 있었고, 이를 위해 여러 번 고치고 다듬으며 열심히 준비해 여러 번 사전 발표를 연습했다. 발표 자체는 무난히 잘 진행했다고 생각했고, 내심 팀원들이 슬랙 채널에 잘했다고 칭찬해 주기를 바랐지만, 채널은 조용했다. 내 뒤에 발표한 사람은 회의 중에도, 후에도 슬랙 채널에서도 여러 번 칭찬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느낀 내 정신 상태의 급격한 하강.

내 준비가 부족했나? 그렇지 않은데, 난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 영어가 너무 별로였나? 나는 정말 무능력한가? 잘하는 게 없는 건가? 이런 끝없는 자신감 추락과 자기 비하. 회의가 끝난 순간부터 토요일 내내 나는 ‘I am not good enough’라는 절규에 시달렸다. 남편과 아이는 내 표정만 보고도 내가 뭔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고, 아이는 ‘엄마는 최고의 엄마야’라는 사랑스러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생각의 스위치를 꺼버리고 주말을 즐기기가 많이 어려웠다.


인지하고 나아가기.

내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다루는데 제일 필요한 자세. 다행히 나아가기 위해 내게 효과적인 방법을 안다. 그것은 운동,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 그리고 글쓰기. 거기에 내 생각 습관의 회로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매거진.

https://brunch.co.kr/@jayyeo/26


자, 내 밖에서 다시 바라보자. 내 발표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개선점을 찾아보자.


사전 준비, 연습 - 10점 만점에 8.5점

개선점 - 스크립트가 너무 자세하면 딱딱하게 읽게 된다. 스크립트엔 뼈대만 남기자.


발표 진행 - 7점

개선점 - 발표 후 받은 질문들에 대해 대답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대답하고, 하나는 다른 팀원이 더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넘겨주었다. 내 일은 팀워크임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내가 답을 못할 경우 다른 팀원에게 의존할 수 있으며, 듣는 사람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발표 내용에서 나(우리 팀)에 대한 비중을 조금 줄이고 회사와 청중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비중을 늘리자.


발표 후 평가에 대한 나의 태도 - 1점

개선점 - 가장 중요한 평가는 내가 사전 준비, 연습 그리고 진행에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가이다. 그 외의 평가는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평가가 없는 것은 없는 것이고, 있다면 객관적이되 너무 다른 해석을 하지 말자. 내가 내리는 다른 해석은 대부분 너무 부정적으로 하게 되므로.


이 도장 자주 받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

어찌 보면 참 피곤하기도 하다. 칭찬을 받으면 효과가 극극대화가 되는 내가 마치 아직 한참 성장기의 나와 같아 밥 달라고 조르는 거 같기도 하고. 오늘도 셀프 칭찬이 필요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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