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해요
오랜만에 여보랑 나만의 시간, 우리는 에딘버러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보고 싶던 영화를 보았다.
따님 이전의 우리는 여기가 아닌 런던에서의 시간이었기에 그때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져 진한 그리움으로 남는데 계속 런던에 있었음 어떻게 느꼈을까.
여보랑 내가 자주 가던 영화관, 영화를 보고 나서 종종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는데 까만 밤 템즈강변 물소리와 물 냄새.
4월의 마지막 일요일 런던 마라톤이 열리는 날. 타워 브릿지 근처에 살던 우리는 항상 Runner들을 보러 나갔다. 오늘은 생중계를 티비로 보며 우리가 서있던 장소를 보며 익숙한 거리를 보며 좋아한다.
스코틀랜드로 이사온지 벌써 2년, 런던이 많이 그립지만 현재 런던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에 있다는 게 좋고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평온하고 따님과 여보와 함께 늘어가는 추억과 평온한 일상에 감사하다. 자연, 가족, 책, 잊을 때면 찾아와 주는 프리랜서 일 안에서 드디어 조화를 찾은 것 같다.
요즘 굉장히 빠져있는 zerowaste 삶을 추구하기 위해 조금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작년 씨앗 수확까지 마친 깻잎을 다시 심고 쪽파도 재배 중이다. 정원 한쪽을 갈아엎고 이것저것 더 심고 싶고.
오늘의 행복.
좋아하는 컵에 여보가 내려주는 맛있는 커피.
하루하루 자라는 게 보이는 굉장한 쪽파.
내가 좋아하는 Sweet and sour chicken을 만들고 있으니 점심으로 먹자는 시엄마의 문자.
이제껏 나의 일기는 불만과 스트레스로 차 있던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날의 기록은 적다. 행복은 기록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