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써봤니
김민식 PD는 페이스북에서 처음 봤습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는 영상으로. 대단하다 싶었지만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쳤죠. 그 뒤 팟캐스트에서 영화 <공범자들>을 소개하고, MBC·KBS 파업 소식을 전하느라 게스트를 초대했는데 그 자리에 오셨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연예인 보는 기분도 들고.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지상파에서 잘 나가다 핍박받는 PD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죠. 김민식 PD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저자라는. 사실 전 페이스북 영상 이전에 책을 읽었었기 때문에, 이 사람이 그 사람이란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팟캐스트에 다시 한 번 모셨어요. 파업 말고 영어 이야기로. 사심을 잔뜩 담아서요. 내심 긴장했는데 흔쾌히 나와주신다기에, 아예 4주 특집 에피소드를 만들었습니다. 방송 중에 호기롭게 "나도 영어책을 외우겠노라" 장담했습니다만, 작심삼일로 끝나고.. 죄책감에 짓눌려 살고 있네요. 뭐. 하긴 할 거예요. 진짜로.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같이 놀던 짝꿍이 수학 공부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수학 선생님이 개객기니 수포로 반항하자'던 도원결의를 깨고. 약간의 위기감과 배신감을 느꼈지만 '금방 포기할 거야'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니더군요. 그렇게 1년을 꼬박 앉아 공부를 하더니, 수학성적이 저와는 다른 세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충격이 상당했어요. 매일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게 무섭다는 것도, 매일하면 반드시 결과가 나온다는 것도 그 때 처음 경험했습니다. 맨땅에 헤딩을 하는 버릇은 사실 그 때 그 경험 때문에 생겼습니다.
김민식 PD를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것은 얼마 안 되지만, 그 분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본받고 싶습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것에는 진심 존경을 표하고요. 지금껏 살면서 수많은 선배, 상사들을 만났습니다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자기가 말한 대로 <사는>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하면된다'는 말이 공허한 이유가 그거잖아요. 누가 모르나요? 진짜로 하는 걸, 된 걸 본 적이 없어 그렇지. 김민식 PD는 그걸 직접 증명해 보였습니다.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높이, 아무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죠.
요령보다 습관
기자가 되고 싶어 찾아온 후배들,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나요?" 그 때마다 제 대답은 똑같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죠. 일단 많이 읽으세요" 그러면 이어지는 질문. "추천도서 리스트 있으신가요?" 한동안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리스트를 작성해서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미 없더라고요. 리스트대로 읽는다고 작문 실력이 느는 게 아니더만요.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드느라 수고를 하는동안 실력이 늘어요. 비결은 요령이 아니라 습관인 거죠.
빨리빨리 결과 만드는 것에만 익숙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노하우>와 <요령>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그렇잖아요. 남들 몇백년 걸려 만든 민주주의를 50~60년만에, 수백년 걸려 세운 부를 몇십년 만에 뚝딱뚝딱 만든 나라니까. 물론 그 기백과 민족성이 대단합니다만, 그래서 생긴 악습도 분명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는 번뜩이는 요령보다, 우직한 습관과 태도를 강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일을 김민식 PD가 하고 있는 거죠. 아 너무 거창하게 비행기를 태우나. ㅋㅋ
매일 아침 써봤니?
책을 읽다보면 설레는 마음이 생깁니다. 당장 뭔가 하고싶은 생각도 들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마음이 든다는 거예요. '나라고 못할 거 있어?' 인생은 엄청난 벼락을 맞아서 바뀌는 게 아닌 거 같아요. 하루하루 누적된 삶의 태도가, 당신 인생의 종착지를 멀찌감치 옮겨 놓는 것 아닐까요?
다들 책 사서 읽고, 인생 한 번 바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