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프롷 Jan 17. 2018

능수.능란

코코

재미도 감동도 갸우뚱한 단편 애니메이션이 20분이나 나오더군요. 잘못 들어왔나 두리번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심야에 찾은 극장. 픽사 스탠드가 통통 튀는 것을 보다가 아련히 잠들었습니다. 코코가 저승 여행을 떠나는 동안 저는 꿈나라에 다녀왔달까. 미구엘이 할머니를 붙잡고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쯤 잠에서 깼습니다. 주변이 눈물 바다더군요. 엄습하는 소외감. 결국 두 번 봤습니다.


내용을 완전히 모르고 봤으면 어땠을까. 많이 아쉬웠습니다. 잠이 들었다고는 해도, 중간중간 부분부분 영화를 보긴 했거든요. 어떤 인물이 나오는지부터, 특히 울음바다가 된 장면부터는 내용을 다 알고 있었으니.. 두 번째 보는 내내 머리를 쥐어박았습니다. 몽충아. 왜 잠을 쳐잔거니. 쩝.


그래도 좋았어요. 한 번 더 보래도 볼 수 있을만큼.

꿈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납니다. 꿈과 가족이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둘 다 이룬다는 해피엔딩. 꿈을 쫓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미구엘은, 종국에는 거대한 가족 공동체를 회복하는 매개체 입니다. 조상들이 들어온다는 꽃길을 박차고 집을 나갔지만, 결국 그 꽃길을 따라 돌아와서 더 큰 것을 이루거든요. 액션 어드벤처 영화처럼 내내 쫄깃하게 달리던 영화는, 후반부에 가서는 엄청난 감동을 흩뿌립니다.


디즈니와 픽사의 결합이라니. 자칫하면 서로 삐그덕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무색하게, 서로의 장점을 절묘하게 합쳐 놓았더군요. 실사였다면 보기 불편했을 부분들은 애니메이션이라 외려 자연스럽습니다. 수려한 음악과 화사한 화면, 꼼꼼하고 능수능란한 이야기가 착착 맞아 돌아가는 느낌. 실사보다 자못 더 리얼한 이야기는 3년간의 현지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는군요. 역시. 빡센 취재 덕분인지 이야기에 힘이 실려 있어요.

울어 달라고 읍소하지도 강요하지도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울음이 불편함이나 죄책감이 아닌, 누군가에 대한 애잔한 기억이라 뒷맛이 제법 개운해요. 쥐어짜는 신파의 스킬에 지친 분들에게, 가족을 끌어다 쓰는 반칙이 못내 불편하셨던 분들에게, 꼭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삶과 죽음을 이렇게 경쾌하게도 다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우리돈으로 2400억원 넘게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엇비슷한 돈 뿌려대고도 개차반인 영화가 없지 않기 때문에. 단지 돈의 위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평론가들 평가와 일반인 평가가 일치해요. 아이들 보여주려고 손잡고 들어갔다가, 오히려 어른들이 펑펑 울고 나온다는.


시간 내서 꼭 보러 가세요.


p.s. 근데. 엄마도 아빠도 계란형 얼굴인데, 딸은 왜 네모임? ㅋ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야 재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