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행복을 최고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
미디어에서 흔히 나오는 방식의 스테이크를 마지막으로 먹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다만 처음으로 먹은 것은 2003년이었을 것이다. 대학생이던 형이 사줄테니 학교 앞으로 오라고 해서 얻어먹었기 때문에 기억한다. 그때 우리가 갔던 곳은 스테이크 하우스를 표방하지만 빵이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 아웃백이었다. 지금도 그런 양식집에는 익숙하지 않은데, 그때는 한층 더 심각한 지경이라 종이로 된 컵받침을 일종의 광고지라 생각하고 옆으로 치워버렸다가 잠시 후 음료를 갖고와서 당황하는 직원 탓에 민망해지기까지 했다. 굳이 자신을 변호하자면, 그때 나는 물에 젖으면 다시 쓸 수 없는 종이 인쇄물로 컵받침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날 나는 양식집의 번듯한 스테이크를 처음으로 먹어봤다. 아쉽게도 무슨 맛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충격적으로 맛있었거나 생소한 경험이었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그렇게 대단치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웃백의 특산품인 부쉬맨 브레드는 ‘적당히 촉촉하고 달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과 질감이 일품인데 망고 스프레드까지 발라 먹으면 부드러우면서 청량한 맛이 더해져 아주 행복하다’라고 당장 묘사할 수 있는데 이상한 일이다. 어쩌면 순수한 고기맛이라는 것 자체가 묘사하기에는 특징이 적은 탓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쇠고기가 입에 별로 감기지 않는 체질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번듯한 양식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날이 올 거라곤 평생 단 한 번도 상상한 적조차 없는 터라, 나는 마치 도회지에 사는 키다리 아저씨의 초대로 식사를 한 것처럼 그날 챙겨온 영수증과 아웃백 로고가 인쇄된 티슈를 기념품 정리함에 넣어두었다. 아마 지금쯤은 영수증의 글자가 다 날아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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