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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r 24. 202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안장혁 옮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문학동네,


금 간 영혼의 추락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안장혁 옮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문학동네, 2010)


무너지는 사랑을 온몸으로 견디는

회복 불가능한 영혼의 훼손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의 앰배서더로 발탁되어 올해 상반기 동안 활동하게 되었다. 독파란 작가, 편집자부터 독자까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완독을 향해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이다. 듣기로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내가 된 것 같은데, 사명감(?)을 갖고 즐거운 독서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3월의 독서로 골랐던 책 두 권 중 하나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조금 더 원초적인 사랑을 말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행위와 감정의 교류에서 보여주는 갈등, 시대적인 상황과 개인적인 상황이 뒤섞여 고뇌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형식은 서한집의 형태로 절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로 인해 베르테르가 느끼는 실존적 불안과 슬픔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자주 사랑을 생각한다. 사랑은 너무나 많은 모습으로 우리의 주변에 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사랑을 생각하지 않는 하루는 없는 듯하다. 사람의 일이 다 그런 걸까. 책을 만드는 것도 사랑이고 시를 쓰는 것, 밥을 먹거나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자체를 사랑이라 할 수 있다면, 나의 말에도 일리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라도 망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거나 더는 사랑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아니지, 정상적인 삶은 무엇일까. 사랑의 결여는 이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한다. 결국 자신까지도 말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의 나이 25살에 처음으로 썼다고 한다.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한 괴테 자신의 실제 체험을 토대로 쓴 이 소설은 당시 젊은 세대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베르테르 효과라는 모방 자살 신드롬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짧게 서사를 요약하자면, 베르테르는 알베르트의 약혼녀 로테를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 과정을 절친한 친구인 빌헬름에게 편지로 심경을 토로한다.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서사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과연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 성스럽고 순수하며 남매애 같은 

그런 사랑이 아니었나? 

언제 한 번이라도 죄가 될 만한 욕망을 품어본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고 맹세까지 할 생각은 없네.


2부 154P 「12월 14일」


그 누구도 정상의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정상의 기준을 가지고 생활할 뿐이다. 나에게도 사랑의 경계는 불투명하지만, 내면의 산책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어느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지도 모른다. 베르테르에게 사랑은 마음이다. 그에게 마음이란, 문화나 신분 등에 규제를 받지 않고 진정으로 마음에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같아서 문화나 보편적인 정상성으로는 그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 도덕이나 윤리를 거부한다기 보다는 애초에 그것들이 그의 사랑을 저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르테르는 비정상적이다. 사회의 규범에서 해방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고, 약혼녀인 로테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사회적으로는 용납될 수 없다. 나 역시도 사회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면 조금은 멀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에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그의 모습을 응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는 점은 잘못이지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로테의 태도도 나와 비슷하다. 그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우정으로 사랑을 포장하는 방식으로 그를 대한다는 점에서 로테 역시 불가능한 사랑에 도전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 이때의 나는 사랑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던 것 같다. 사랑이 뒤틀릴 때 영혼에는 금이 간다. 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이 생기든 말든 영혼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 베르테르는 후자의 사람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용기있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민폐였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라도 영혼의 응답을 들으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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