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십스테드, 민승남 옮김, 《그레이트 서클 1》(문학동네, 2024)
빛과 하늘을 가로질러 보고 싶은 세상을 보려고
자유를 쥐기 위한 메리언의 비행
메기 십스테드, 민승남 옮김, 《그레이트 서클 1》(문학동네, 2024)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n’t free)”라는 미국의 유명한 관용구가 있다. 이 표현은 위기 상황에서 희생을 묘사할 때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자유를 수호한 군대에 대한 감사를 표할 때 사용된다고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투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기꺼이 수고를 자처해서 얻은 자유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대의 또한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투쟁하고 수고스러운 시간을 거쳐 자유를 얻게 되겠지. 어쩌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시도하게 되는 투쟁. 나는 자유를 꿈이라고 읽는다. 꿈을 좇는 것, 꿈은 허망하고 허구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자유와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쟁취했을 때의 쾌감이란, 쟁취한 적 없는 자는 영원히 모를 그 자유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때마다 소름이 돋곤 한다.
오래 외로웠던 자는 자신을 가두는 방보다 더 크고 광활한 세계를 꿈꾼다. 어린이들이 세계를 돌고 내가 모르는 풍경을 보는 꿈을 꾸는 것처럼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꿈을 잃지 않았다면 조종사나, 이동이 잦은 직업을 선망하게 된다. 《그레이트 서클 1》에 등장하는 메리언도 그러하다. 태어나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가 선장으로 있는 배에 온 가족이 승선했다가 침몰 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어머니는 실종되고 아버지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어 삼촌 손에서 자란다. 쌍둥이였던 제이미는 그림을 그리는 등 정적인 것을 좋아했으나, 메리언은 달랐다. 몬태나주 미줄라의 자연을 탐닉하며 모험을 즐기며 유년 시절을 보낸다. 그런데 메리언이 열두 살이 되던 해, 평생의 삶을 바꿀 운명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말을 타고 오르던 중 아주 낮게 날아가는 복엽기 한 대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비행기에 타면서 꼭 비행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만다.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지난할수록 꿈을 이루었을 때의 효과는 커다래 보인다. 메리언이 꿈을 이루는 과정은 책으로 만들어졌다. 《바다, 하늘, 그 사이의 새들: 메리언 그레이브스의 잃어버린 비행일지》라는 책으로 말이다. 이 책이 나오고 몇십 년 뒤, 해들리 백스터가 유명한 배우가 되기 전인 유년 시절에 이 책을 마주하게 된다. 메리언이 비행 교습비를 모으려고 배달 일을 하다 대농장주였던 바클리를 만나는 과정과 비행 교습을 하며 발생하는 여러 사건은 해들리에게 충격적이었다. 메리언의 삶에 있었던 구속과 속박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 등의 사건으로 구체화된 세계일주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메리언이 투쟁하고 도전하는 과정이 해일리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메리언과 해들리는 각자 살았던 시대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삼촌 손에서 컸다는 점과 두 사람 다 외로움을 모험으로 타파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한계에 부딪혀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은 많은 이가 겪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1920년대에 짧은 머리를 한 여성 조종사로서 독립적인 삶을 꾸리기 위한 희생과 대가, 2010년대 할리우드에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대중의 시선을 견디며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거듭하는 해들리. 시대와 대륙을 오가며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해할 수 없거나 당황스럽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갈등과 억압은 이들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종, 성별, 계급, 신체 등 다양한 경계가 사람의 자유를 억압한다. 물론 과거처럼 몰상식한 차별이 가득하진 않다만(그렇다고 없다고는 더더욱 할 수 없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차별과 폭력이 존재한다. 어떤 차별과 폭력은 똑같은 차별과 폭력으로 돌려주고만 싶다. 하지만 그것을 똑같이 하지 않는 건,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오히려 자신이 바라던 꿈을 이루는 방식으로 세계에 대응하는 매리언의 모습은 한계까지 자신을 밀어붙이면서도 경계를 지워 통쾌한 복수를 하는 것처럼 읽힌다. 어쩌면 이러한 행동, 움직임이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레이트 서클 1》은 사건의 도입부처럼 읽힌다. 2권이 있기 때문이다. 1권과 2권을 동시에 읽는다면, 책이 선사하는 자유로 초대받아 마음껏 자유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과거에 억압받고 차별받은 사람들이 이룩하고자 했던 모습일 것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