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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Jan 06. 2021

내가 영화에 감동받는 이유

헨리 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의 명연기

우리가 영화에 감동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때로는, 연출 혹은 각본보다 한 배우의 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는 발레 공연을 볼 때 클래식 음악, 화려한 무대, 발레리나들의 의상, 그리고 동일하게 춤추는 그들의 조화에도 감탄을 하지만 때로는 단 한 명의 발레리나의 섬세한 움직임과 표정에도 감동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1957년도 작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그 유명한 배우 헨리 폰다(Henry Fonda)의 연기에 감동받았다. 그러나, 나의 이런 말을 듣고 누구는 의아해할 수 있다. 여기서 헨리 폰다는 너무나도 무덤덤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심원 3역을 맡은 리 J. 콥의 연기가 더 인상 깊을 수 있다. 그는 험상궂은 인상에 맞게 끝까지 고집부리고 난동 피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헨리 폰다의 절제된 표정, 눈빛, 그리고 몸짓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한 살인 사건의 12명의 배심원 중 한 명(배심원 8역)으로, 모두 살인범이 명백히 한 소년으로 지목하지만 배심원 8번만 무죄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말, 그의 연기는 담백했다. 감정이 격해질 만한 장면에서도 그는 찡그리거나 소리의 높낮이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 <연기하지 않는 연기>라는 책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배우'는 실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며 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저 순간의 진실이 강력하게 부각될 수 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헨리 폰다(좌), <12명의 성난 사람들>의 한 장면(우)


한편, 2008년도 작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다른 식으로 내게 감동을 줬다.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분노 연기에서다. 극한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캐릭터들이 미친 듯이 화를 내다가 절제하고 그것을 이기지 못해 정신이 무너지고 파탄 나는 과정이, 참으로 섬세했다. 배우 디카프리오와 윈슬렛의 조합은 완벽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를 그저 "1950년대 미국의 한 불행한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로밖에 보지 못했었을 것 같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장면들


우리는 '화'라는 감정을 서너 가지의 표현(고함, 욕설, 폭력, 등)으로 한정 짓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로 그 표현의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현실에서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날 때면 웃음이 터져 나오고, 침묵하고, 과한 친절을 베풀고, 마음에 없는 사람과 일탈(외도와 같은)하고, 자학하기도 한다. 우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한 번에 하나씩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넘나 든다.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이를 영화를 통해 훌륭히 해냈고, 결국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우리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표면적인 이야기에서는 공감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왜 배심원 8번만 굳이 혼자 '딴지'를 걸어야 했는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커플은 대화로 잘 풀면 될 것을 뭣하러 스스로 극한으로 몰아가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인물들의 이면에 갖는 깊고 복잡하고 비논리적인 감정들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묘한 희열을 느낀다. 이를 오랜 훈련을 통해 해내는 배우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위대한 예술가인 것 같다.




인간이란 한 편의 작품 아니냐? 이성은 얼마나 고결한가! 능력은 얼마나 무한대인가! 형태와 움직임은 또 얼마나 분명하며 경탄할 만한가!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심은 신과 같도다! 세상의 아름다움이여! 동물들의 귀감이여!

-<햄릿>, 2막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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