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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Jan 22. 2021

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뭐하고 사니" 이런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난 나를 많이 감추고 살았다. 연극 무대 섰을 때도, 모델로 전시했을 때도, 거의 알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 아직 난 내세울 게 없어서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국 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 연구소 홍보책자가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에 과학 저술가 양성과정을 수료한 덕분에 홍보책자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그래서 지난 수개월간 과학자 인터뷰하면서 뇌과학 서적에 파묻혀 지냈다(글에 영감 주신 송민령 작가님, 정인경 교수님 감사합니다.) 얼마 전, 드디어 책 결과물이 나왔고, 저술가 과정을 이끌어주신 과학 책방 갈다 이명현 대표님과 멘토 이은희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난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었다. ㅋㅋ 그런데, 작가님과 대표님께서 나보다 더 좋아하신 것 같았다. '데뷔'와 '출간'이라는 단어까지 쓰시면서 축하해주시는 것이었다! 그제야 조금씩.. 조금씩 뿌듯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에게는 과찬이었다. 너무나도. 내 기준에서는 'ISBN'이 등록되어 서점에서 판매가 되는 책을 출간해야만 '작가'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전까지는 쭈그리로 있어야 하는 지망생에 불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번 홍보책자가 나왔을 때, 그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말만 전하고 이렇게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은 전혀 안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 하나씩 이루어가는 과정을 과소평가하거나 스스로 칭찬하길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결국 이 모든 과정 또한 소중하고 이 과정 그 자체가 모인 것이 내 삶이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감출 필요가 없지 않을까? 발레리나 김주원도 이런 말을 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의 준비와 연습이 발레인 것이다.
1등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닌가 싶다.
항상 노력하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는 연습이 진짜 발레라는 것이다. 


난 어떤 대단한 결과물이 있어야만 사람들에게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제 이 생각을 내려놓겠다. 발레리나 김주원의 말처럼, 결과물이 '진짜'가 아니라 과정이 '진짜'라고...


난 모든 분야에서 아직 아마추어다. 

그런데,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amare(사랑하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되었다고 한다. 현재 '아마추어=전문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와전된 인식이 강하다. 난 진짜 의미의 아마추어로 얘기하자면 '찐 아마추어'다. 내가 하는 모든 일과 그 과정을 사랑하고, 이러한 나를 때로는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 칭찬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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