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 타버린 목련 같은 달
한적하지만
곳곳에 불법 주차된 차들 탓에
결코 한가하지만은 않은 거리에
역시 불법으로 차를 세운 그는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정면에
모든 것들이 막 들어서기 시작한
어설픈 도시를 불태울 것 같은
커다란, 붉은 태양이 지고 있었다.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고층들이 옆으로 늘어선 가운데
건너편 도로의 끝으로 곧 잠길 것 같은 태양은
그로 하여금 '이글거린다'와 '잡아먹다'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였다.
마치 그 태양을 기다렸던 사람처럼
한참을 응시하고 섰던 그가 돌아섰을 때
그는 지면을 기준으로 30도 정도의 하늘에
떠 있는 하얀 달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의 등에는 태양이
그의 앞에는 그 태양의 1/4밖에 안 되어 보이는 달이
온 몸으로 태양을 받으며
그를 쳐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태양에 타버린 목련과 같이
창백하지만 고결한 모습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