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코딩의 종말, 설계의 시작(1)

코드보다 중요해진 것들

by jeromeNa


몇 달전 Claude Code를 설치해봤다. 터미널에서 몇 줄의 명령어를 입력하니 완성된 React 컴포넌트가 나타났다. 20여 년간 개발해온 사람으로서 당황스러웠다. 마치 바다 한복판에서 나침반을 잃은 선장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이 뭐지?"


그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쌓아온 코딩 실력이 하루아침에 평가절하되는 느낌이었다. PHP로 웹사이트를 만들던 시절부터, jQuery에 열광하던 때, React와 Vue를 익히며 프론트엔드에 빠져들던 순간들, Nodejs로 백엔드를 구축하고 Java로 엔터프라이즈 시스템을 개발하던 경험들이 모두 낡은 화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난 지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AI가 코드를 생성해주는 것과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번역기가 발달했다고 해서 작가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번역기는 문장을 옮길 수 있지만, 무엇을 쓸지는 여전히 작가가 결정한다. 도구는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이다.


코딩 도구의 급격한 진화


GitHub Copilot, IntelliJ AI Assistant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단순한 코드 자동완성 정도로 생각했다. 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든 것 같았다. IDE에서 함수명을 입력하면 나머지를 채워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GPT-4가 나오고, Claude Code가 등장하고, Gemini Cli, Cursor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눈사태처럼 급격한 변화가 몰려왔다.


자연어로 요구사항을 설명하면 전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준다. "할 일 관리 앱을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부터 API 엔드포인트, 프론트엔드 컴포넌트까지 모든 것이 나온다. 심지어 배포까지 도와준다. 마치 마법사의 지팡이 하나로 성을 지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코드 생성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예전에 몇 일이 걸렸던 CRUD 기능을 30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도 몇 번의 대화만으로 구현되었다. 디버깅도 AI가 대신해줬다. 에러 메시지를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원인과 해결책을 알려줬다. 개발자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AI가 만든 코드는 동작했지만 그것이 정말 필요한 기능인지 의문이 들었다. 마치 요리사 없이 최첨단 주방 기구만 있는 상황과 비슷했다. 기구는 완벽하지만 무엇을 요리할지, 어떤 맛을 낼지는 여전히 요리사가 결정해야 한다. 코드는 생산되었지만 방향성은 여전히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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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시기의 반 이상을 개발자로 살아왔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글과 창작자, 후배 양성으로 살아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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