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페르소나는 왜 항상 어긋나는가

상상과 실제 사이의 거리

by jeromeNa

페르소나를 만드는 회의는 항상 진지하면서 재미있다.


화이트보드에 이름이 적힌다. 나이가 붙는다. 직업, 소득, 거주지, 가족 구성. 그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는지, 퇴근 후에 무엇을 보는지, 주말에 어디를 가는지. 어떤 팀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 사람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숨겨진 욕망이 무엇인지, 삶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이 언제인지. 공들여 만든 페르소나는 마치 실제 사람처럼 보인다. 회의실 벽에 붙어서 팀 전체의 기준점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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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는 원래 좋은 아이디어였다.


타깃 사용자를 추상적인 집합으로 두지 말고, 구체적인 한 사람으로 상상하자는 것. "20대 여성"이 아니라 "서울에 사는 28세 직장인 지은"으로 좁히면 더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논리.


맞는 말이다. 추상보다 구체가 낫다.


문제는 그 구체성이 어디서 오는 가다.


페르소나의 구체성은 대부분 상상에서 온다. 실제 지은을 만나서 만든 것이 아니다. 팀원들이 모여 "이런 사람일 것이다"를 합의한 결과물이다. 조사를 기반으로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고, 해석하는 사람의 경험과 편견이 필터가 된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페르소나는 만든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한다.


타인을 상상해서 만든 인물은 결국 내 상상의 투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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