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자리는 내 경험
믿고 싶은 것을 방법론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
"고객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은 옳다. 반박할 수 없다. 문제는 그다음 문장이다. "그러니까 고객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 문장이 너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물어보는 행위가 이해의 행위와 동일시된다. 설문을 돌리고, 인터뷰를 잡고, 포커스 그룹을 구성하고, 사용자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고객을 이해한 것이 된다.
하지만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실제로 이해한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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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부터 생각해 보자.
"이런 기능이 있으면 쓰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네"라고 답한다. 그 순간만큼은 거짓말이 아닌 진심이다. 문제는 그 "네"가 실제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가상의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추측이다. 그 추측을 모아 제품을 만들면, 제품도 추측 위에 서게 된다.
추측 위에 선 제품은 흔들린다.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인터뷰이는 인터뷰어 앞에서 합리적인 사람이 되려 한다. 실제 행동보다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을 말한다. "저는 충동구매를 잘 안 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새벽에 장바구니를 비우고 있다. 그 간극을 인터뷰는 포착하지 못한다.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가 바로 인터뷰의 사각지대다.
포커스 그룹은 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면 생각이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말을 잘하거나 자신감 있는 사람의 의견이 방 전체를 채운다. 조용한 사람은 동조한다. 결국 포커스 그룹이 포착하는 건 집단 안에서 살아남은 의견이지, 각 사람의 진짜 욕구가 아니다.
이 문제를 오래전에 날카롭게 짚은 사람이 있다.
헨리 포드가 한 말로 유명한 문장이 있다. “고객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면,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 시기에도 자동차는 이미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 부유층만이 다루던 값비싸고 불편한 기계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과 아무 관련 없는 물건이었다.
사람들은 단지 더 빠르게 이동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 같은 발상은 상상 범위 밖이었다.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흔히 “고객의 말을 듣지 말라”는 교훈으로 인용된다. 하지만 그건 절반짜리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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