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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May 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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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없는 응답은 기대를 동반한다.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로밍도 없이 현지 USIM으로 교체하여 인터넷 말고는 전화 연락을 받지 못한다. 스팸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으니 휴대전화가 평화롭고, 마음 또한 평화롭다. 

태국은 선거 전날에는 금주라는 거를 몰랐다. -알았으면 미리 술을 사다 놓았을 것을...- 여기 있으면서 매일 저녁 과하지 않게 취해서 잠이 들곤 했다. 금주시간으로 술도 판매하지 않는다. 맨 정신으로 밤을 지새우니 사색할 시간이 많아졌다. 방안을 할로겐으로만 비추고, 조용한 클래식을 틀어놓으니 더없이 평화로운 밤이 조성되어 생각 또한 더 깊어진다.




스스로 '기대'를 만들어간 것 같다, '기대'는 그저 그러거나 좋지 않은 것 밖에는 없다. 좋은 게 없다는 말이다. '기대'대로 되다면 그냥 그런 것이고, 안된다면 '실망'이라는 감정이 몰려온다. 영화를 보더라도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더 크고, '기대'없이 보는 영화는 의외로 '괜찮네'로 평가된다. '기대'보다 더 좋다는 건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이어야 한다. '대중'이 아닌 '나'라는 기준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이다. 상대방이 '나'를 정확히 알고 있거나 '나'와 생각하는 것이 일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는 쉽지 않고, 되지도 않는다.


전혀 관심이 없으면 '기대'가 없다. 관심이 있기에 '기대'가 생기고, '실망'만 존재한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실망' 또한 없다. '실망'이 쌓이면 전혀 관심이 없는 것보다 더 '후회'하게 된다. '후회'가 쌓이면 신뢰가 떨어지고, 관심이 없는 것보다 더 나쁘게 치부해 버린다. 아예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이 더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기대'는 내가 먼저 관심을 가질 때 생긴다. 상대방이 먼저 관심을 가질 때는 '기대'는 생기지 않는다. 먼저 관심을 가져놓고 '기대'대로 안되면 '실망'한다. 상대방은 아무런 변화가 없는대도 스스로 '실망'하게 된다. 혼자서 '쇼'를 하는 것이다. 




먼저 다가가서 스스로 상처받은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먼저 다가가지 말자. 상대방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오지랖도 정도껏 해야 미움과 오해를 받지 않는다. 다가오는 것은 더없이 환영해 주고, 다가오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도 말자. 내가 궁금한 것에는 먼저 다가가되, '기대'는 하지 말자. 


요청 없이는 더 이상 응답도 없다


지금껏 요청이 없이도 알아서 응답해 줬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상처만 더 커진 것 같다. 알아서 응답해 줬으니 그에 따른 '기대감'만 더 커지고, '실망', '오해'라는 상처만 남아 있다. '요청이 있어야 응답이 있다'라는 당연한 진리를 스스로 어겨서 생긴 상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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