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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개발자가 본 미술사

by jeromeNa


저는 전문 미술사가가 아닌, 매일 코드를 작성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개발자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서양 미술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아마추어 애호가이기도 합니다. 르네상스의 정교한 원근법부터 바로크의 역동적인 구도, 그리고 인상주의의 순간적인 빛과 색채 포착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늘 흥미로웠습니다.


개발자로서 저는 매일 데이터를 정리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추상적인 개념을 코드로 구현하는 일을 합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고,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프로그래밍은 흔히 생각하듯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별개의 영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실의 사회 시스템, 인문학적 역사와 철학, 예술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의 포문을 연 브루넬레스키가 원근법으로 3차원 세상을 2차원 캔버스에 투영했듯이, 프로그래머도 현실 세계를 추상화하여 코드로 표현합니다. 바로크의 화려한 구도는 데이터 흐름 설계와 닮아 있고, 인상주의의 순간 포착은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비동기 프로그래밍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서양 미술사라는 방대한 세계와 프로그래밍이라는 논리적 세계를 연결 짓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학문적인 미술사 해석보다는, 한 개발자가 느끼고 해석한 미술사적 관점과 프로그래밍적 사고의 접점을 다루고자 합니다. 예술의 창의성과 프로그래밍의 논리를 잇는 작은 다리를 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두 분야를 연결하는 작업이 단순히 흥미로운 비유에 그치거나, 깊이 있는 미술사적 분석과 프로그래밍 개념의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르네상스부터 바로크를 거쳐 로코코까지 이어지는 미술사를 다룹니다. 각 장에서는 미술사의 주요 사조와 프로그래밍의 핵심 개념을 비교하며, 둘 사이의 유사점과 통찰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르네상스의 원근법은 좌표 시스템과 데이터 구조로, 바로크의 역동적 구도는 알고리즘 설계로 해석됩니다. 또한, 로코코의 장식적 패턴은 프로그래밍의 반복문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연재를 통해 미술사와 프로그래밍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시길 바랍니다. 창조와 논리, 감성과 구조가 만나는 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프로그래밍에 익숙한 개발자라면 미술사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을 접하는 즐거움을, 미술에 친숙한 분들은 프로그래밍의 논리와 시스템적 사고가 예술적 창작에 주는 영감을 발견하실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는, 프로그래밍(코딩)이 낯선 세계가 아닌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임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이 연재는 미술사와 프로그래밍이라는 두 세계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되고자 하며, 이 연재를 읽으시는 모두가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얻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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