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이 잘 못하는게 다행인가 불행인가
지난 10여년간 회사 내 다양한 사람 간의 크고 작은 분쟁(?)들을 접하고 해결해보려 노력했었는데, 이를 위해 내가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것 중에 팀원들이 지금도 어려워 하는 것은 '이슈의 정중앙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기'이다.
[1] 나와 타인이 붙었으면 나를 유체이탈을 시켜서 제 3자로서 보도록 하고, 내가 타인사이에 끼었으면 '중재'가 아니라 '판단'을 하는 법을 익히자는 거다. 판단을 하려면 감정을 뺀 담백한 정보가 필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적절한 탐문을 해야 한다. 그런데 탐문없이 액면가로 마음을 정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2] 내가 이쯤해서 결론을 내려도 될지 아니면 탐문을 더 해야 하는 상황인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상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신뢰와, 그냥 친분이나 배경, 유명세 등에 '홀린' 막연한 믿음을 구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온 '판단'은 그냥 내가 믿고 싶은 걸 편하게 정해버린거지, 지적인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3] 그로 인해 사람의 사고가 너무 쉽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을, 그리고 그게 유사한 깊이의 사고을 가진 동조자들을 통해 확대되는 현상을, 그리고 여기에 involve된 사람들이 심지어 악의도 아니고 진심 정의롭고 옳은 일이라 믿고 행한 것이라는 상황도 흔히 본다.
[4] 기사, 강연, 포스팅, 후기, 조언등 일방(one-way)적 정보에 쓸려가는 대중의 사고과 여론에도 '판단'의 부재가 일조한다. 예전에 누군가 국민을 개돼지라 한 것은 매우 잘못되었지만, 뜻 자체는 위 허점을 이용해 대중의 심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일 방법을 안다는 자신감이다. 권력보다 더 무섭다.
[4.5] 이쯤 읽고 나완 상관 없는 다른 사람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5] 판단력 편차가 있는 개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내 갈등이, 풀릴 가망성 없이 쌓여가며 때론 비상식적으로 진화한다. 개개인은 지극히 노멀한 일상적 사람들 같아 보이는데 그 집단은 그렇지 않은 경우다. 근데 그 사람들이 어디가 딱히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이 정도 판단력이 평균치 디폴트 노멀값이 때문에 집단의 이슈는 해결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차라리 이 모든걸 덮어버릴만한 강력함으로 대표되는 리더십을 갈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6] 나는 아직은 판단하는 방법을 최대한 시간 들여 코칭해 보려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지만, 일단 나부터 과연 위에 말한 것들에서 자유로운가, 언제까지 이럴수 있을까, 만약 이게 coachable한게 아닌걸로 판명되면 그 다음은 어쩔까.
큰 회사들은 collateral damage를 불사하고 탑 다운으로 찍어 누르거나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 리더들이 잘 만든다는 분석도 있다. 리더십은 과연 '스킬'일까 '본성'일까. 따르고 싶은 리더십은 합리에 기반할까 감정에 기반할까.
Co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