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유일한 덕질의 대상, 손오공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2013년 봄
일본 여행 중에 들어간 편의점에선 드래곤볼 포스터와 관련 상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아직도 일본은 드래곤볼 열풍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드래곤볼 Z 극장판이 곧 개봉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 8월 국내에도 개봉했는데, 기존에 있던 드래곤볼 GT는 무시하고 드래곤볼 Z 마인부우와의 전투가 끝난 후가 이 극장판의 배경이다. 반가운 얼굴인 크리링과 천진반, 야무치도 볼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부르마는 더 젊어진 느낌이다. 스토리를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구가 속해있는 제7우주의 파괴신인 비루스가 깨어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손오공이 초사이어인 갓이 되어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2015년 7월부터 '드래곤볼 슈퍼'라는 제목으로 일본 후지 TV를 통해 극장판의 내용과 그 이후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방영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방영 중인데 스토리가 자꾸 산으로 가는 것 같지만 '드래곤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매주 챙겨보고 있는데, 초사이어인 갓과 푸른 머리의 초사이어인 블루까지 새로운 초사이어인의 등장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걸 보니 역시 드래곤볼은 드래곤볼인가 보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인간(?)류와는 상대가 되질 않는지 자꾸 신(God)과 싸우고 있다.
드래곤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만들어 운영했던 드래곤볼 팬사이트가 생각난다. 혹시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gtzone.wo.to 주소를 쓰던 홈페이지였는데, 그 당시 야후와 라이코스 검색 등록으로 꽤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시던 사이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로 게시판으로 이루어져 있던 별 볼 일 없는 구조였지만 당시 유행했던 상상 속의 드래곤볼인 '드래곤볼 AF'에 대한 정보도 주워다 올리고, 애니메이션 영상도 올리면서 재밌게 운영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게시판 플러그인인 '슈퍼보드'는 거의 대부분의 홈페이지가 사용했을 정도로 널리 쓰였다.)
결국 드래곤볼 AF는 루머인 걸로 판명이 났고, 그 후 십여 년이 더 지나고서야 드래곤볼 슈퍼가 나왔다. 수십 년이 흘러도 우리에게서 잊히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문득 "나중에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긴다면, 드래곤볼이나 원피스로 공감대를 만들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론 앞으로도 이 인기가 끝나지 않고 20년 정도는 더 시리즈가 나와서 내 아이와 함께 TV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