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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부인 Mar 26. 2024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13)

내 나이는 40대 후반이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내가 안 쓴다고 해도 아이들의 교육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나는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일을 해야 했다. 회사를 그만 둔지 5년이 넘었고, 다시 취직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회사를 나보다 우선 시 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있고 싶었다. 아이들이 모르는 수학문제를 같이 풀고, 저녁 식사를 준비해서 같이 먹고 싶었다. 그러면서 돈은 벌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찾으려니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를 파는 일은 어떨까 싶었다. 음식에 대해 좀 더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남편과 집안일을 왜 나만 하냐고- 그럼 너도 일을 하라고- 말다툼을 크게 한 날, 마트 근무 공지에 지원을 했고, 면접을 봤고,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외우고, 시험을 보고, 업무를 기획하고, 보고서를 쓰고, 여러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내가 머리보다는 몸을 더 많이 쓰는 일을 시작했다. 일이 익숙해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지적질에 상처를 받았고, 의외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집 밖에서 일을 하면서도 집안일은 그대로 해야 해서 드라마는 덜 보고, 조금 더 부지런해졌다. 아이들의 독감과 코로나 간호로 지쳐있던 차 주말 근무자가 필요한 매장의 상황을 보고 마트 경력 1년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마트에서 일을 한 뒤 내가 많이 바뀌었다. 가장 먼저는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되었고, 그밖에나의 행동과 마음의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필요하다면 나는 어떤 일이든 하게 될 것이다.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는 내가 잘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씩 도전하고, 실천할 것이다. 얼마 전 중장년 대상으로 호텔 근무자를 뽑는 교육에 다녀왔다. 나이의 여성이면 식음료장보다는 객실 관리사(메이드)를 해야 했고, 파트타임직도 없었다. 호텔리어에 대한 나의 환상은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그 길을 알아본 나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고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다.


내가 힘들 때마다 큰 위로를 준 문구였다. (다윈이 했는지 루소가 했는지 문구의 출처가 모호하다.) 나는 앞으로 많은 경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기록할 것이다. 이 글이 앞으로 내 다양한 '일' 경험에 대한 응원이 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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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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