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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Jan 27. 2018

기억하는 꿈

열 번째 글/D10


100일 중 1할을 해냈다. 오늘은 10번째 글. 

오늘의 주제 마스터는 본인인데, 갑자기 퍼뜩 '꿈'이 떠올랐다. 잘 때 꾸는 꿈. 

꿈은 정말 한계가 없는 곳이니 재미있는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냉큼 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참으로 공교롭게도, 난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다. 

심지어 임신할 때 태몽도 안 꾸었고 주변에서 꿨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기억하는 꿈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 떠오른 꿈이 하나 있다. 그 꿈과 관련된 스토리를 남겨보고자 한다. 




내 친할아버지는 내가 대학생 때 돌아가셨다. 

발가락에 난 티눈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셨다가 지병이었던 당뇨가 문제가 되어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상태가 안 좋아졌고, 결국 더 큰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가 갑자기 합병증으로 상태가 악화되면서 중환자실로 옮기게 되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신 후에는 의식이 거의 없으셨고, 며칠 되지 않아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진행되는 바람에 가족들이 할아버지와 충분히 시간을 갖지 못했고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 채 돌아가시게 된 상황이라 장례식장 분위기는 매우 슬펐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손주들을 엄청 예뻐하셨었는데, 그중 첫째 손녀로 꽤 사랑을 많이 받았던 나는 하루 종일 대성통곡을 해댔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에 망연자실했고 그저 슬펐다고 밖엔 표현할 수가 없었다. 렌즈를 끼고 있었는데 하도 울어서 눈이 뻑뻑해져 렌즈가 눈알 뒤로 넘어가기도 했다. 오전에 넘어간 렌즈는 오후에 다시 돌아 나왔다. 


장례식 후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꿈에서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 댁을 찾아갔는데 평상시에 항상 앉으시던, 거실 베란다 옆 소파에 앉아계신 모습이었다. 창밖의 햇살이 따뜻하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고 창문에는 아이보리색 커튼이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그런 풍경 속에서 할아버지가 평화롭고 온화한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계셨다. 


꿈에서 할아버지와 대화도 없이 그저 그 풍경과 할아버지를 바라보다가 꿈에서 깼지만 그 꿈이 주는 따뜻한 느낌과 평화로운 할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니 '좋은 곳으로 가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슬펐지만, 안심이 되었고, 슬픔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꿈에서 본 그 모습이 떠오른다. 꿈속의 그 풍경은 지금도 꽤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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