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글/D11
사계절 중에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뭘까 하루 종일 고민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기욤 뮈소의 소설 첫 장에서 이 글귀를 발견했다.
알베르 카뮈 아저씨는 아마도 꽤 심오한 의미로 썼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사실 처음 읽었을 때는 '오 여름을 엄청 좋아했나 보네?'라고 생각해버렸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하하
나도 알베르 아저씨와 같은 고민을 해본다며, 감히 알베르 아저씨를 내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난 어느 계절이 좋은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봄은 따뜻하고 예쁜 꽃들이 피고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좋고
여름은 해가 길고, 바다나 수영장에 들어갈 수 있고, 옷도 가볍게 입을 수 있어서 좋고
가을은 분위기가 운치 있고 단풍이나 낙엽이 이쁘고 가죽재킷 같은 멋진 옷을 걸칠 수 있어서 좋고
겨울은 춥지만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좋고 스노보드도 탈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사계절 모두 각각 다른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실상은,
봄은 황사나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밖에 나갈 수가 없고
여름은 최근 들어 살인적인 더위와 습도로 숨 막히는 나날이 몇 달씩 지속되고
가을은 좀 살만한데 유지되는 기간이 거의 1달 정도로 짧아졌고
겨울은 올해 같이 낮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지속된다면 살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의 사계절을 견디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의 최애 계절은 무적의 여름인 것 같다.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가게 되면 어느 계절에 떠나더라도 난 대부분 여름인 곳으로 간다.
워낙에 쨍한 날씨와 살갗에 닿는 뜨거운 햇빛의 느낌도 좋아하고, 바다와 야자수가 있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도 좋아하고, 태닝으로 건강해 보이는 팔다리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땀이 나면 물에 뛰어드는 것도 좋아한다. 휴양지가 아니더라도 도시의 여름도 좋다. 밖이 너무 더우면 에어컨에 잠시 땀을 식히는 것도 좋고, 밤늦게까지 테라스나 공원에서 놀더라도 춥지 않아 좋고, 퇴근했는데도 아직 떠있는 해를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더위를 좀 덜 타는 체질도 한몫하는 것 같다.
요즘 같이 아침마다 영하 18도가 찍히는 하루하루가 계속되다 보니, 남국의 여름이 너무 그립다. 아니면 건조한 여름이 있는 사막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