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앱 데이터를 보고 느낀 점
쿠팡에 대한 의견은 늘 분분한 것 같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이야기가 쏟아진다.
부정적인 이야기는 쿠팡의 고비용 사업구조와 적자 규모, 긍정적인 이야기는 엄청난 투자금을 태우고 있는 손정의와 비전펀드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와이즈앱 자료를 보면서 쿠팡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 앱 사용자 기준으로, 2위인 11번가와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불과 1년 만에 70만 명이 안되던 격차가 440만 명 정도로 여섯 배 넘게 커졌다. 심지어 11번가는 사용자가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상황이 더 심상치 않다.
10대부터 50대 이상의 전 연령대에서 1위다. 10대에서 지그재그와 스타일쉐어를 눌렀고, 50대 이상에서 홈앤쇼핑을 압도했다. 마땅한 2위조차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전 연령대의 쇼핑 라이프에 가장 압도적으로 관여하는 서비스가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이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10대와 50대에서의 결과다. 20대 쿠팡 사용자가 비교적 소폭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해, 50대 이상에서 백만 명에 육박하는 큰 폭의 사용자 증가가 발생했다. 사용자 점유율도 1위지만, 사용자 증가폭도 압도적 1위다.
50대 이상에서의 데이터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지만, 50대 이상이 움직인다는 건, 트렌드를 선점했다기보다, 습관을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50대 이상의 경우 습관에 대한 저항선이 상대적으로 높다. 내가 아는 50대 이상 분들의 경우 택배가 자주 오는 것을 그리 내켜하지 않는다. 절약의 미덕과 소비에 대한 저항을 기본적인 스탠스로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변화가 감지된다. 빈번한 택배 배송에서 충동구매를 지적하고 과대 포장된 택배박스의 낭비를 우려하던 분들이, 이제 쿠팡에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구매를 하기 시작한다. 생필품이 떨어지면, 장 보러 갈 때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메모를 해두던 분들이, 이제는 생필품이 떨어지면 따로 메모하지 않고 바로바로 쿠팡에서 주문한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 처음 나온 초창기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조금 신기하고,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그런 모습에 전혀 신기하거나 어색한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과 습관을 이미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쿠팡 역시 그러한 패턴을 따라갈 확률이 높다. 쿠팡의 서비스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사람들의 습관을 건드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습관을 건드리면 중독성이 생긴다. 로켓배송 같은 쿠팡의 서비스에는 중독성이 있다. 실제 쿠팡을 쓰면 쓸수록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사용자 데이터가 그렇다면, 쿠팡의 매출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역시, 매출 성장세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4조를 상회했는데, 데이터를 보면, 올해 거래액 기준 10조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성장세다.
일부에서는, 쿠팡 감사보고서의 적자 규모를 놓고 많은 우려를 내놓는다. 합리적인 우려이나, 쿠팡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그 부분이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쿠팡은 적자를 신경 쓸 배경이나 입장이 아니다. 쿠팡에 투자한 비전펀드 자체가 비용 절감해서 적자폭 줄이는 데 신경 쓸 투자 주체가 아니다. 비전펀드는 시대의 흐름을 잡을 수 있는 가에 초점을 두고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감사보고서를 보고, 쿠팡의 직매입과 물류 구조를 우려하는 건 나름 타당하나 핵심에서 벗어나는 분석 아닐까? 핵심은 쿠팡이 얼마나 사람들의 일상과 습관을 길들이고 있는가가 아닐까 싶다. 쿠팡은 그걸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부분에서 10대와 50대 이상에서 폭발적으로 사용자가 증가한 쿠팡의 모습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쇼핑 업계의 양대 산맥, 롯데쇼핑과 이마트 주가가 죽을 쑤고 있다. 연일 새롭게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추세 자체가 완전히 꺾였다. 주가가 그 기업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시장의 심리는 비교적 정확히 말해준다고 할 때,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이미 시장에서 소외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인 롯데와 신세계를 쿠팡과 비교하길 꺼려하던 애널리스트들도, 하나 둘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부진을 언급하며 쿠팡을 슬며시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이마트의 위협일까?"(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물론, 워낙 탄탄한 기반과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쉽게 무너질리는 없다. 하지만 두 업체가 쇼핑과 관련된 기존 사용자의 습관을 쿠팡에게 점점 뺏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죽을 쑤는 게 쿠팡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부진한 진짜 이유는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시대의 흐름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 쿠팡처럼 성장에 대한 비전을 못 보여주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쿠팡의 데이터는 짚어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쿠팡은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