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새로운 공간을 구하며 경험한 것들
[경험 디자이너의 경험]
새로운 공간을 구하기 위해 먼저 p-s-1(플랜트 소사이어티 1) 공간에 관한 목적과 정의가 필요했다. 우리는 왜 공간을 만들었고, 어떤 공간이 필요했고, 또 앞으로 어떤 공간이 돼야 할까? 처음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실 공간이 그다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없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혼자 스튜디오를 운영하려다 보니 작게라도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물론 사무실 없이 집에서 가볍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집 근처에 작지만 쓸 수 있는 땅이 있어 중고로 컨테이너를 하나 구매해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기왕 스튜디오 이름을 ‘플레이크’라고 지었으니 공간의 이름을 ‘콘플레이크’라고 지으면 재밌겠다 혼자 상상했다.
그러던 중 작게 시작해보려 준비하던 ‘식물 콘텐츠’ 브랜드 기획에 관심을 갖고 공간을 지원해주겠다는 회사가 생겼다. 퇴사 이후 계획을 궁금해하던 지인에게 새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잘 맞을 것 같은 괜찮은 공간이 있다며 업체를 소개를 시켜주었다.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고, 동시에 다른 몇몇 업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관심을 보였다.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적극적인 제안을 주는 곳들이 너무 감사했지만 우선 두렵고 부담스러운 마음이 먼저였다. 아직 실체가 없고, 나 조차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 정확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
나는 여전히 스튜디오 플레이크의 디자인 작업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새 브랜드 p-s-1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웠다. 공간 운영을 맡아줄 직원, 공간을 꾸밀 초기 인테리어 자본도 필요했다. 임대료에서 자유롭더라도 금전적인 부담이 되었다. 사실 이건 그 당시 공간 운영과 경영에 관해 전혀 무지했기에 감사한 제안들에 더욱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하여 이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퇴사한 전 직장 동료와 공간을 하나 구해 서로 나눠 사용하기로 했다. 그 친구 역시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 계획이 있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우리는 밥이나 먹자며 이태원에서 만났고, 이태원 길거리 한복판에서 핸드폰을 켜고 함께 공간을 사용한다면 어떤 공간이 필요할지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평수는 15평 정도, 주차는 1대 가능하면 좋을 것 같고, 상권이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식물 쇼룸으로 활용해야 하니 채광은 가능하면 남향, 기왕이면 통창이나 통 유리면 더 좋고, 아무래도 1층이면 더 좋을 것 같은... 막연하지만 하나하나 이런 것들을 적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동산 어플을 다운받았고 우연히 근처에 위 내용을 만족시켜주는 괜찮은 매물이 있었다. 바로 연락을 했고 다행히 바로 공간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곤 그 공간을 계약했다.
당시 주변 상권이나 시세 같은 것은 전혀 몰랐고, 다른 매물을 더 보여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그냥 마음에 들었고 남산타워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왠지 좋았다. 같이 공간을 사용할 친구의 집과 가깝다는 장점도 있었다. 내가 미팅이나 업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동안 가게를 봐줄 수 있다는 말에 결국 설득 되었다. 사실 식물을 보러 이 골목까지 힘들게 올 사람이 몇이나 될까? 큰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엄청 대단한 것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고 소개하는 공간으로는 큰 부담이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 조건에 맞았고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보단 단점으로 거슬리는 것들이 많이 없었다. 그렇게 덜컥 공간부터 먼저 구해놓은 상태로 p-s-1은 시작되었다.
p-s-1과 잘 어울리는 상권, 혹은 공간이 있다면 과감한 추천 부탁합니다. 공감되는 내용들이 있거나 더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 DM 남겨주세요.
스튜디오 플레이크, 플랜트 소사이어티 1의 소식은 아래 링크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협업, 제휴 문의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