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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KE Feb 03. 2022

ep3. 다 자신만의 때가 있다

[경험 디자이너의 경험]

여러 옵션들을 신중하게 고려해 새로운 쇼룸, 스튜디오 위치를 마포구 쪽으로 찾고있다. 아무래도 집과 가깝고, 그래도 상권이 형성되어있고, 거래하는 곳들과도 거리가 멀지 않아 쇼룸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남동, 성수동 쪽도 많이 찾아보고 돌아 다녀봤지만 우리가 소화하기에 임대료 부담이 컸고 신사동, 압구정 등 강남 쪽은 거리도 멀고 왠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홍대 부근에 점찍어둔 매물들이 있어 하루 날을 잡고 몇 군데 부동산을 예약했다. 동네 분위기도 볼 겸 꽤 오랜 시간을 홍대에 머물렀다. 사실 20대 절반 가량을 보낸 동네라 많이 익숙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홍대는 생각했던 것 과는 많이 달랐다. 평일 낯 시간이라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사람들을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고, 상점 곳곳에 임대 안내가 붙어있었다.


북적북적한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 건물은 진짜 좋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게되면 이런 곳에서 뭔가를 할 수 있을까?"라며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공간들이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아 폐허처럼 방치되어있는 모습에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 예전에 이런 곳에서 가게나 사무실을 운영한다는 것이 아주 먼 미래의,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이 되었다는 것 역시 무척 자연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구한 사무실도 홍대였고, 첫 연구실, 첫 직장 모두 홍대 부근이었다. 첫 사무실은 음악을 하던 프로듀서 형의 지하 작업실 한켠에 기생하는 형태였고, 첫 연구실은 상수역 부근 오래된 빌라의 3층이었다. 연구실을 나와 잠시 프리랜서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홍대 입구 부근 헤드폰 청음 매장에 딸린 작은 방 하나를 빌려서 사용했었다. 첫 직장이었던 곳은 큰 주택을 개조한 근사한 스튜디오였다. 하지만 지금은 썰렁하게 비어있는 상태의 임대 매물로 나와있었다. 세심한 배려가 많은 곳이었고 공간이 주는 기운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려준 곳이었는데 현재의 모습에선 지난 세월의 흔적만이 느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역시 다 때가 있다. 잠깐의 인기도 유명세도 영원한 것은 없다. 어느 순간, 여러 혹은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된다면 지금 내가 느낀 홍대 거리처럼 되는 것 같다. 스튜디오 운영을 시작하며 늘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우리를 알리고, 찾게 만들까?’이다. 반짝 이슈가 되거나 짧게 이름을 알리는 것도 힘들지만 새로움과 신선함을 계속 전달하며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같은 작은 스튜디오에겐 지금 당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미디어에 소개되고 노출되는 것에 일희일비 하기보다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나의 템포로 주관을 가지고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핫한 라이징 스타는 되지 못하더라도 실력을 인정받는 단단한 중견 배우 정도는 되있지 않을까?


내가 찾은 홍대는 세월이 돌고 돌아 다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네가 될지도 모르지만, 우선 나는 이곳에 스튜디오를 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p-s-1과 잘 어울리는 상권, 혹은 공간이 있다면 과감한 추천 부탁합니다. 공감되는 내용들이 있거나 더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메일, DM 남겨주세요.


스튜디오 플레이크, 플랜트 소사이어티 1의 소식은 아래 링크에서 더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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