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연남동으로 옮겼습니다. 이태원, 연희동에 이어 세 번째 공간입니다. 첫 번째 공간은 사무실과 쇼룸을 함께 사용하는 구조였습니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었지만 면적이 작고 쇼룸과 개인 작업실 용도가 강해 업무 공간으로는 불편했습니다. 두 번째로 사용한 연희동 공간은 상업적인 복합 문화 공간 한켠을 저렴하게 임대해서 사용하는 형태였습니다. 많은 장점이 있었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대고 공용 장비와 설비를 함께 사용해야 해 우리의 것이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연남동 공간이 플레이크에게는 거의 첫 업무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갖춰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기를 새로 구매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 생긴 애정만큼 세심하고 신중하게 제품들을 하나하나 골랐습니다. 냉장고, 멀티탭, 청소 용품들… 당연하게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고 사야 할 것들은 끝이 없었습니다.
마땅한 쓰레기통도 없이 생활해서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같은 디자인 쓰레기통을 몇 개 구매했습니다. 사실 쓰레기통이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집기이지만 브랜드, 가격, 사용성, 공간과 잘 어울리는지를 몇 날 며칠을 비교하며 고민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주문한 쓰레기통이 도착했고, 들뜬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쓰레기통이 있는 사무실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요. 기대와 다르게 주문한 쓰레기통 3개 중 한 개의 모서리가 아주 살짝 깨져있었습니다. 배송 중에 파손된 것인가 박스 안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처음부터 깨진 상태로 우리에게 온 것이에요.
결국 판매자에게 문의를 하고 반품 신청을 했습니다.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저는 아쉬웠습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딱 예쁘게 갖춰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에 깨진 쓰레기통이 너무 거슬리고 신경 쓰였어요.
깨진 쓰레기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했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오지 않았을까?” 이번에 사무실을 구하며 세명의 팀원이 팀에 새로 합류를 했습니다.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엄청 신중하게 고민하고 따져본 후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채용했습니다. 같이 일을 시작해 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팀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작 본인의 부족한 그 작은 부분이 팀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미리 걱정하고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새로 합류한 소중한 팀원을 깨진 쓰레기통에 비유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다 이유가 있어서 만나지 않았을까요?” 결국 쓰레기통은 그냥 깨진 상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럿이 같이 있다 보니 사실 하나가 깨져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잘할 수도 잘 맞는 것도 어렵습니다. 때론 애정과 욕심이 과해 완벽에 가까운 것을 추구할지도 모릅니다. 잘하는 것 99개 보다 아쉬운 것 1개에 눈이 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길고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우리가 만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플레이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