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의 치앙마이살이
태국의 치앙마이에 있는 '나의 동네' 싼티탐.
님만해민과 가까워 접근이 쉬우면서 큰 건물과 차들로 북적이지 않고 올드타운의 해자 안쪽처럼 관광지도 아닌, 현지 젊은이들과 장기거주자들이 일상을 보내는 동네. 너무 외곽으로 빠지면 언어의 장벽 때문에 살기 불편하지만 서구권 장기거주자들이 많아 영어로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너무 관광지화가 되지 않아 가격대도 저렴한 곳 (싼티탐 내에 관광지가 딱히 없기도 하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지낸 후 마음속으로 콕 집어둔 내 다음 숙소의 위치는 무조건 싼티탐이었다.
두 번째 숙소를 싼티탐에 잡고 나서는 거의 그 안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자연스레 맘에 드는 단골집들이 생기고 식사-디저트-업무를 아우르는 맛집, 카페 루틴이 생겼는데 이 단골집 정보들을 여기 정리해보려고 한다.
정보성 글이다 보니 내 생각과 기분을 적고 있는 일기용 글과는 분리하였다. 싼티탐에 가게 될 누군가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길.
- 퇴사자의 치앙마이 한 달 : https://brunch.co.kr/@o3okang/23
- 퇴사자의 치앙마이, 일상이 된 둘째 달 : https://brunch.co.kr/@o3okang/25
치앙마이 대표 메뉴인 카오소이를 비롯해 누들 메뉴가 싸고 맛있는 곳으로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맛집이다. 숙소에서 제일 가까우니 가장 먼저 들러보는데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회전율이 좋고 직원들의 손발이 빨라 (태국이 기본적으로 느긋-한 분위기인 것을 생각하면 놀랍게 빠르다!) 조금만 기다려도 금방 자리가 났다. 두 명이 가면 주로 카오소이와 비프 누들 빅사이즈를 시키고 타이 밀크티, 타이 커피 위드 밀크를 시킨다.
다른 메뉴들도 많이 먹어봤는데, 맑은 국물의 누들도 맛있고 모두 국물 없는 'Dried Noodle'로 시켜도 맛있다. (다만 4번과 5번 메뉴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태국에서 면요리를 먹을 때 주는 절인 야채 반찬이 있는데 이것도 맛있으니 혹시 외국인이라 안 준다면 꼭 달라고 해서 먹어보길.
카오소이매싸이 줄이 긴 날에는 지나서 이 곳으로 간다. 주로 학생이나 현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오는 곳인지 내가 지내는 동안엔 관광객을 많이 보지 못했다. 영어메뉴판은 따로 없어서 입구에 걸린 간판을 보고 손으로 가리켜 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똠얌 누들과 등뼈탕을 시키고, 등뼈탕 국물과 함께 먹을 일반 쌀면을 하나 추가한다. 그리고 이곳은 내 인생 누들을 찾은 곳! 국물에 계란이 들어간 똠얌 누들이 유명하지만, 나는 여기의 국물 없는 똠얌 비빔면이 살짝 느끼하면서 가장 맛있었다. 몇 번 방문했더니 직원들도 우릴 알아보고 음료수를 추천해주기도 하고 (식당 뒤쪽에서 알아서 꺼내 마시면 되는데 매번 콜라만 먹었더니 그린티를 추천해주셨다. 한 번 먹어본 후로는 그린티만 마셨다.) 다른 면으로 바꿔서 먹어보는 걸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영어는 잘 안 통하지만 친절한 스태프분들과 맛으로 커버되는 곳.
오늘도 내 똠얌 비빔면을 먹어야지 하고 갔다가 식당이 닫았길래 바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곳. 덮밥 위주로 기본적인 태국 음식들을 다양하게 파는 식당인데 영어 메뉴가 잘 되어있고 바로 옆에 과일음료도 함께 팔아서 후식까지 해결할 수 있다. 영어 메뉴가 잘 되어있다 보니 주변에 거주하는 외국인 장기거주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저렴하고 맛있다 보니 어떤 유명한 맛집보다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름 모를 튀김 간식을 밖에서 파는데, 점심식사 후 직장으로 혹은 집으로 돌아가는 태국인들이 많이 사가길래 한 번 사 먹어 보았다. 메추리알이나 닭고기를 면에 감싸고 튀겨서 칠리소스와 함께 먹는 간식으로, 우리나라 떡볶이 분식가게에서 튀김 간식을 사 먹는 느낌이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누군가 한국 관광객이 적어줬는지 친절한 한국어 설명이 덧붙여진 메뉴판이 따로 있다. 태국에서 꼭 먹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태국식으로 양념된 부드러운 족발인데, 이 곳에서 비교적 깔끔하게 맛볼 수 있다. 족발 국수를 가장 추천하지만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을 위한 족발 덮밥 메뉴도 있는데, 고기를 좋아한다면 100밧짜리 대짜 족발과 볶음밥을 따로 시켜서 먹는 것도 추천한다. 저렴하니까!
치앙마이에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맛있는 베이커리 디저트류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집 근처 이 도넛 가게는 한 달 동안 맛있는 디저트에 굶주린 디저트 덕후에게 단비 같은 곳이었다. 12시면 Sold Out이 되기 일쑤니 빨리 방문해야 먹어볼 수 있다. 거의 모든 도넛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면서 도넛을 고른 다음 (남은 게 얼마 없어서 고를 필요가 없을 때도 많다) Fresh Milk를 하나 추가해 가게 야외테이블에 않아 살랑살랑 바람을 쐬머 먹을 때 정말 행복했다. 도넛+우유는 진리.
아카 아마는 고산족이 재배한 원두가 유명한 치앙마이 3대 커피 중 하나라고 한다. 같은 아카 아마 브랜드로 올드타운에도 카페가 있는데 내가 자주 방문한 곳은 싼티탐 도넛 가게 근처 조용한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아카 아마 커피' 가게이다. 초록색 풀잎과 대나무로 만들어진 깔끔한 내부와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들, 메뉴들이 마음에 든 곳이다. 특히 아메리카노는 써서 라떼만 겨우 마시는 커알못인 나는 커피에 과일맛이 도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 시그니처인 '마니마나 커피'가 오렌지향이 짙은 사케라또라 마음에 쏙 들었다. 우유에 질렸을 때 이런 과일맛이 첨가된 상큼한 커피를 마시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쓰지 않아서 참 좋다.
안에 에어컨도 잘 되어있어 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냥 하릴없이 멍 때리며 창밖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을 구경하곤 했다. 내가 둘째 달의 숙소를 싼티탐으로 정한 건 이 카페의 영향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카오소이매싸이 바로 오른쪽에 붙어있는 요거트를 파는 작은 가게. 요거트 말고도 다양한 디저트를 파는데 깨끗한 실내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점이 좋았다. 식당에 주먹만한 바퀴벌레가 나타나는 일이 예사인 태국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곳을 가는 건 흔치 않으니까.
내가 방문한 날엔 방명록을 건네주셔서 메시지를 적게 되었는데, 마침 그 방명록의 첫! 메시지를 적게 되었었다. 부담백배로 적었는데 아직 남아있으려나.
싼티탐에서 돌아다니면 하루에 몇 번씩 꼭 거치게 되는 오거리 로터리가 있다. 밤이 되면 이 오거리를 중심으로 야식 노점상들이 늘어서는데, 그중 가성비가 좋아 자주 사 먹게 된 밀크티 가게가 여기다. 25 바트라는 저렴한 가격에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엄청나게 큰 밀크티를 주문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셀프로 담아 마실 수 있는 밀크티보다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당도와 얼음 정도도 고를 수 있는데 따로 말하지 않으면 알아서 만들어주시니 요청사항이 있으면 주문할 때 미리 말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이 가게를 자주 다니긴 했지만, 싼티탐 오거리엔 이 가게 말고도 많은 주스 가게들이 밤늦게까지 열고 있으니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메뉴를 사 먹으면 된다. (야식거리와 함께) 대부분 선데이 마켓처럼 유명한 관광지보다 저렴하게 팔고 있다.
디저트나 음료 메뉴가 딱히 특별하진 않은데 일하기에 정말 좋은 카페이다. 자리와 콘센트가 많고, 조도가 적당히 낮아 편안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떠들썩하게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일하기에는 좋은 곳. 워킹 스페이스는 공간이 답답하거나 너무 조용해서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유리창으로 시원하게 뚫려있고 집중을 도와주는 정도의 소음이 있어, 카페에서 일할 곳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치앙마이의 카페들을 대체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워낙 많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으니 분위기를 봐가며!) 골목 안쪽으로 'Ombra Caffe'라고 1호점격인 곳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no.3 가 더 좋았다. 일 때문에 가장 많이 방문했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