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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은 무기입니다"

우아한 스포츠의 반전

by 주연

양궁 강습이 시작되는 비 오는 날.

자전거로 다니던 길을 걸어 노동복지회관으로 향했다.


접수대에서 강습료를 내고 이름표와 가죽이 달린 반지 같은 물건을 건네받은 후, 강의실로 들어갔다.

비로 인해 조금 늦게 도착해서 이미 자기소개가 시작되고 있었다.


오리엔테이션 중

아들이 양궁 클래스를 수료해서 자신도 함께 해보고자 시작했다는 사람, 예전에 필드 아체리를 경험했다는 사람 등, 나와 친구 외에는 모두 일본인이었다.


강사는 메구로 양궁협회 회원인 나이 든 남성으로, 양궁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길 바래 자원봉사 중이라고 했다. 드디어 내 자기소개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양궁이고, 그걸 계기로 도쿄 올림픽 자원봉사도 했습니다. 양궁 경력은 한국의 양궁카페에서 한 번 한 게 다예요."


"오, 한국은 양궁이 정말 강하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양궁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가 시작되었다.

그 소개는 조금 으스스했다.


"양궁은 무기입니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아, 레골라스도 우아하게 활을 쏘았지만, 그건 적을 맞춰 죽이는 용도였지. 왜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실제로 저희가 있는 이곳에서, 두 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이 연습을 하다 실수로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활을 쏴서 미간에 활이 박혔습니다. 그대로 병원에 가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억지로 활을 빼려 하다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지요."


오싹.


"여러분도 실제로 활을 잡게 될 때에는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이건 절대로 지켜주세요. 화살이 없는 빈 활일지라도, 절대 사람을 향해서는 안됩니다."


과녁을 화살로 맞히는 스포츠라 생각했던 양궁은, 옛사람들이 사냥을 하거나 전쟁을 할 때 쓰던 무기였다는 사실이 와닿았다.


강의실 안의 분위기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감돌았다.


"하지만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환갑이 넘어서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스포츠예요. 여기 저를 보세요. 이 나이에도 대회를 나갈 정도로 즐기고 있어요. 일본 대표 선수 중에서도 양궁의 시작을 여기서 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 후에는 활의 종류(베어 보우, 리커브 보우, 컴파운드 보우)와 활을 쏘기 위한 단계, 자세 등을 설명으로 들었다.


우리가 쓸 활은 베어 보우라는 클래식한 활로, 올림픽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활이라고 했다. (아쉬웠다)


살상무기를 다루는거니, 이론 설명을 더 오래 하겠지,라고 생각한 그때, 강사님이 말했다.


"슬슬 양궁장으로 가서 실제로 활을 쏴 볼까요?"


어? 벌써?


사람 죽었다는 거에서 되게 긴장되는데 괜찮으려나? 하는 소리를 숙덕숙덕 친구와 나누며 낡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양궁장으로 올라갔다.


여기가 사람이 죽었다는 그곳인가 보다.


옥상에는 자갈이 깔린 양궁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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