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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r 19. 2018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무인양품의 집'

무인양품의 집 : 거주의 형태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

'일류 요리란, 요리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최고의 요리란 재료의 장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칼과 불을 최소한으로 쓰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최근 '채소 소믈리에'라는 낯선 이름의 직업이 있다고 합니다. 술이 아닌, 채소의 맛을 감별하는 직업입니다.

그들은 채소의 생산지와 맛의 특성을 익히고, 채소가 원래 가지고 있는 맛을 더욱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채소의 맛을 살리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어떤 종류의 채소는 지하에 눕혀두면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고 합니다.

재료 고유의 맛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또한 똑같습니다. 일류 디자인이란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것을 주장하지 않는, 평범해 보이는 형태와 디자인이야말로 속에 담긴 힘을 잘 이끌어내는 법입니다. 평범한 것들이야말로 사용하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평범한 것이 그저 평범한 것에 머물고, 주변 환경에 매몰되게 해서는 안 됩니다. '평범함을 꿰뚫는 보편적인 것'을 찾아야 합니다. 보편성은 많은 사람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았던 물건들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보편성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집도 보편적인 형태를 찾으려 했습니다. 집의 원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집의 형태를 따라갔습니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무인양품의 집이 사진 속의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집의 형태를 계속 추구했습니다. 그 원형이라 말할 수 있는 간소하고 간결한 디자인은 보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맛있는 요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맛있는 요리는 먹는 사람의 생각과 감각을 일깨워줍니다. 요리는 요리하지 않아야, 디자인은 디자인하지 않아야 합니다. 무인양품의 집은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8년 2월 18일, 무인양품의 집 메일 뉴스 레터 Vol 77.

출처 : https://house.muji.com/life/clmn/sumai/sumai_080219/

*본 칼럼은 일본 양품계획(良品計)의 허가를 얻어 번역,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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