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연 Mar 29. 2018

수납의 지혜

무인양품의 집 : 거주의 형태

어떻게 해야 수납을 잘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모습을 원합니다.

요즘은 창고가 딸려있어 수납공간이 넉넉했던 예전 집과는 달리, 제한된 공간에 수납까지 해야 합니다. 자연히 넘치는 물건은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수납이란 '물건을 잘 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건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내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지요. 소유욕과의 싸움이라 할 수도 있겠군요.


'버린다'는 행위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림'이란 물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물건의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또한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독서가 좋은 사람, 음악이 좋은 사람, 취미 도구가 많은 사람, 친구들이 자주 묵으러 오는 사람. 사람에 따라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건은 차이가 있습니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 자신에게 잘 맞는 양의 수납공간을 생각해야 합니다.


현대식 주택의 구조를 보면 수납공간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의 개수를 많이 확보하고 싶다는 요구에 따라 수납공간이어야 하는 곳까지 침실로 바꿔버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집에 살기 시작하면 곧 집이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한정된 면적 안에서 충분한 수납공간을 확보하러면 건축의 설계 단계부터 반영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맨션(역자 주: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다세대 주택)에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서 공간만이라도 확보한다면 더욱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수납공간을 처음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방 안에 수납 가구를 둘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해야 합니다. 넓은 공간이라면 깔끔하게 배치할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좁은 공간이라면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은 2층 집의 도면으로, 처음부터 충분한 수납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널찍한 수납공간을 만들어 보았는데, 어떠신가요?

수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리빙룸(거실)을 없애고 그만큼 다이닝룸(부엌)을 넓혔습니다. 공간만 있다면 살면서 수납장을 조금씩 추가해도 괜찮겠지요.




저희 '거주의 형태를 생각하는'프로젝트 팀은 2008년 9월부터 반년이란 시간을 들여 올바른 수납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그 답은 분명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수납 방법이나 수납하는 물건의 양을 생각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도록 연구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취재나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수납에 대해 생각하려 합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2008년 8월 12일, 무인양품의 집 메일 뉴스 레터 Vol 97.

출처 : https://house.muji.com/life/clmn/sumai/sumai_080812/


*본 칼럼은 일본 양품계획(良品計画)의 허가를 얻어 번역, 발행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