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집 : 거주의 형태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진 방에 있으면 마음도 흐트러집니다. 누구나 흐트러진 곳보다는 깨끗하게 정돈된 곳에서 쉬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기가 참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정돈을 고민거리로 안고 살아갑니다.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물건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내보내는 양보다 들이는 양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물건이 있어야 할 위치를 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한 후 제 자리에 두지 않으니 정리가 되지 않지요.
'모두가 생각하는 거주의 형태 프로젝트 팀'은 설문조사를 하고, 사람들의 집에 방문해 생활하는 모습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2008년 말부터 수 차례에 걸쳐 수납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진 것을 고민하면서도, 잘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한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무리 수납을 잘 한다 해도 물건이 너무 많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저희가 진행한 '이상적인 거주의 형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수납공간에 비해 물건이 많다는 대답이 62%, 물건을 줄이고 싶다는 대답이 79%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사람이 물건을 줄이고 싶어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것 중에는 한 번, 또는 전혀 쓰지 않고 보관만 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하지 않은 탓에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지요.
한 번 어지럽히면 더 어질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길가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쓰레기를 버려 점점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누군가가 소유한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습니다. 물건이 흐트러져 있다면 생활도 흐트러져 있을 것입니다. 물건을 많이 껴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일할 때도 똑같을 것입니다. 많은 일을 껴안은 탓에 다른 일들을 놓치며 살아가겠지요.
또, 언젠가는 필요할 거라 생각하며 잡다한 자료들을 끼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물건을 가지지 않고 가볍게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건이 없이 사는 것은 꽤나 불안한 일입니다. 하지만 큰 맘먹고 필요 없거나,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용기를 가져보세요. 물건을 버리는 용기를 가진다는 것은, 나 자신을 믿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둔 책, 살을 빼고 입을 거라며 걸어둔 옷, 언젠간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쌓아둔 자료, 놀러 갈 때 필요한 아웃도어 용품들. 다시 쓸 언젠가를 기약하며 넣어두고 있진 않으신가요?
하지만 지금 가진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보세요.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가지지 않고 가진 것을 잘 활용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자신을 믿는 것과도 같습니다.
가진 물건이 적어진다면 정리도 간단해집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기도 쉽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용기를 내 보세요.
물건을 정리할 때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그 속에서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물건을 가지는 방식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방식의 삶을 살고 있나요? 수납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세요.
물건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물건을 가지지 않는 것이,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욱 풍요로울지도 모릅니다.
이번 기회에 물건을 버리는 용기를 내 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2009년 6월 2일, 무인양품의 집 메일 뉴스 Vol.137
https://house.muji.com/life/clmn/sumai/sumai_090602/
*본 칼럼은 일본 양품계획(良品計画)의 허가를 얻어 번역, 발행하고 있습니다.